▲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북한체제의 변화에 모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북한사회 주민들의 의식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북한체제는 얼어붙어 변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탈북자가 3만1천명이 넘는 것을 보면 북한체제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증거이다. 지난 달 말까지 올해 탈북자도 900명을 넘었다는 통계도 있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의 위로부터의 능동적인 개혁 개방은 크게 감지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주민의식은 상당히 달라진다는 소식이 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민심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체로 북한의 변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

동독의 마지막 총리 드 메지에르는 방한시 한반도의 통일은 북한 주민들이 결정한다는 다소 이상한 주장을 했다. 독일 통일의 전 과정을 지켜본 그의 역사적 통찰력의 소산일 것이다. 독일의 통일은 양독 간의 상호방문과 접촉에 따른 변화의 결과이다. 서독은 동독에 엄청난 퍼주기를 하고 기자들까지 교환한 결과이다. 독일 통일은 결국 동독 주민들이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 동독의 주민들은 통독 전 호네커보다는 자신들의 뜻을 대변하는 의회를 구성했다. 동독 의회 다수파가 서독에 통합할 것을 결의하여 서독 연방에 편입됐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가 지리적 통합이라면 1990년 10월 3일의 통합이 독일의 정치적 법적 통일이다. 우리도 독일식 통일을 부러워는 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한 주민들의 통일 열의는 대단히 높지만 그들의 시민의식은 깨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주민의식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북한 주민들의 공식적인 규범적 가치와 그들의 현실적 가치가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북한주민들의 규범적 가치는 당이 지시하는 공식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이다. 주민들은 주체사상, 수령 절대 숭배론, 선군 정치, 심지어 핵·경제 병진 노선을 열렬히 지지한다. 그들의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은 가히 절대적이다. 이러한 충성은 일반 주민보다는 당 핵심 간부일수록 더욱 철두철미하다. 북한 땅에서 당과 조국, 수령에 대한 옹위와 충성은 최고의 미덕이고, 그것이 삶의 방식이다. 내가 만난 북한의 당 간부, 학자, 외교관들은 의도적으로 자기들의 공식적 규범에 더욱 철저함을 보여줬다.

그러나 북한 사회에서도 주민들의 의식 변화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세상 만물이 변하듯이 북한주민들의 민심도 의식도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겉으로는 당과 수령에 충성하지만 내면으로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주민이 늘어나고 있다. 주민들 중 여건만 되면 시장에 나가 돈을 벌려고 한다. 시장은 물건뿐 아니라 각종 정보도 유통된다. 주민들이 집단 농장 보다는 텃밭 농사에 더욱 열심이고 개인 영농이 가능한 소토지 개간도 늘어나고 있다. 평양에서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당 간부 자녀 과외도 성행한단다. 대학의 선택도 취직이 잘되는 무역, 회계, 컴퓨터 학과목이 인기가 있단다. 전체적으로 당과 국가의 추진 방향과 개인이 추구하는 방향이 괴리되고 있다. 겉으로 당과 조직을 중시하면서도 안으로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증가한다. 주민들의 당과 수령에 대한 불만이 조직화되지 않았을 뿐 산재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북한 땅이다.

우리는 북한 사회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남북이 완전히 단절된 상황에서는 북한의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일전에 사선을 뚫고 판문점을 넘어온 북한 귀순용사는 한국 대통령이 문재인으로 바뀐 줄도 몰랐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북한에 떠도는 한류는 접한듯 병상에서 남한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즐겨 듣고 있다. 통일의 전제는 북한 주민들의 의식변화이다. 우리가 남북 대화와 교류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접촉과 교류는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독일 통일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