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새벽 국회에서 통과된 새해예산안 중 TK(대구·경북)예산을 놓고 자유한국당 TK특별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TK특위가 서로 자화자찬에 빠져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지역민들이 이번 예산정국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지역이 호남이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는 마당에 믿거나 말거나식 화려한 공치사를 펼쳐내고 있어 민망할 지경이다. 아무리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홍보전이라고는 하지만 한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당 TK특위 소속 의원들은 한국당이 TK예산을 손수 다 챙겼다고 공공연하게 자랑한다. 한국당 TK의원들은 “국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 들어간 김광림(안동), 곽대훈(대구 달서갑) 의원을 통해 지역예산 및 경북도, 대구시 예산을 챙겼다”고 말했다. 특히 예결소위에 들어간 김 의원과 곽 의원을 중심으로 TK예산을 주도적으로 챙겼고, 내년도 예산안 확정 직전까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설득했다고 자랑한다. 민주당 TK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예산확보에서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고 강조하고 있다. 홍의락(대구 북을) 의원은 “TK특위를 만들어 각 상임위에서 시도가 원하는 거의 모든 사업을 반영해 최종 논의과정에서 그 폭을 넓혔던 것이 나름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김현권(비례대표) 의원은 “겉으로 화려하지는 않아도 실속을 챙겼다”며 “TK예산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하고 논리적 근거를 제시해 꾸준히 기획재정부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새해예산 국회통과 과정에서 국민의당의 활약으로 호남지역이 알짜배기 예산을 챙겼다는 것은 전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한 방송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지역 예산을) 챙겨도 이만저만 챙긴 게 아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당은 호남지역의 새만금 예산에다, 무안공항에 KTX를 연결시키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들, 이런 실리라도 챙겼지만 한국당에서는 영남, 그러니까 PK(부산·경남)지역이든 TK지역이든 대규모 국가적 예산을 뒷받침하는 그런 예산이 이번에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새 정부 첫 번째 예산안 기조는 천문학적 복지기금을 충당하기 위해 SOC(사회간접자본)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것이었다. 그런 만큼 기본적으로 각 지역의 예산확보 경쟁에는 복잡한 정치역학이 작동할 여지가 많았다. 정권을 넘겨준 보수정당의 심장지역인 TK지역 예산책정 전망이 좋을 리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TK지역 여야 의원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노력한 부분은 인정받아야겠지만 영웅담 늘어놓듯 자랑하는 것은 낯간지러운 행태다. 제아무리 지방선거를 의식한다 해도 지역민들은 자성을 바탕으로 하는 겸양의 정치를 보고 싶어 한다. 지나친 자화자찬은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