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구식이라 해도 좋다. 손으로 한자 한자 정성들여 쓴 손편지가 더 많은 감동을 준다고 믿는다. 손편지에는 편지 쓴 이의 마음과 정성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난 주 청와대에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조은화 양과 허다윤 양의 부모님들이 찾아왔다. 부모님들은 오랜 기다림 끝에 10월에 생일을 맞는 딸들의 생일 전에 장례를 치러주기로 했다. 그래서 다른 가족들과 협의 끝에 지난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 동안 서울시청에서`이별식`을 했다. 이제는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님들이 지난 11월 30일 청와대를 찾아 직접 쓴 손편지를 문재인 대통령께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세월호 선체에서 뒤늦게 발견된 유골의 보고 누락 문제에 대해 입장을 전했다.

두 어머니는 편지에서 “이별식으로 은화, 다윤이를 보낸 엄마들이 이별식 후에 (유골이) 나오면 언론에 내보내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래서 10월에 나온 (유골이) 은화, 다윤이로 밝혀진 것도 언론에 내보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찾은 가족에게는 다행이지만 아직 못 찾은 가족에겐 고통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어머니는 “아직 못 찾은 가족을 배려하는 마음, 찾은 가족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 유골은폐, 적폐로 낙인 찍힌다면…. 은화, 다윤이 엄마는 평생 현장 책임자 가족에게 마음의 짐을 지고 살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아픔 속에 장례를 치르는 가족, 찾았지만 다 못 찾고 찾은 것이 있다 해도 못 찾은 가족을 생각해서 내려가지도 못 하는 가족을 배려한 것 밖에 없다”며 “내 가족이 소중하면 다른 가족들도 소중함을 알고 함께 하는 것이 세월호가 주는 교훈이라 생각된다”고도 했다. 이 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오자 `유골발견 은폐` 행위에 분개했다는 상당수 네티즌은 “두 어머니의 말씀에 진심과 진실이 다 있네요.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한 분들의 명예와 지위는 지켜져야할 것입니다. 어떤 대한민국 국민도 억울하거나 누명으로 힘든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세상의 진실은 이렇듯 겉보기와는 다른 곳에 있다.

지난 달 포항 한동대학교 학생들은 지진으로 놀란 포항 지역 수험생들에게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손편지를 전했다.

한동대의 한 학생은 “수능을 앞둔 포항친구들에게. 지진으로 인해 많이 불안할 텐데, 그 와중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저희가 더 큰 감동을 받고 있다…. 우리가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하고 응원할게요. 사랑합니다. 같이 이겨나가요”라고 위로했다. 후배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넘쳐나는 사연이었다.

임금피크제에 대해 아쉬운 심경을 토로하는 어느 언론인의 편지글도 화제다. 편지글 내용은 “아들아, 내 편지를 보아라. 나도 은퇴가 코앞이다”라고 시작한다. 그런 뒤 그는 “어느 날 도입된 임금피크제란 말이 뜯어보니 내 얘기더라. 대통령이 말하는 4대 개혁의 본질은 `세대 전쟁`에 있다고들 했다. 불현듯 그게 너와 나 사이 전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찔했다”고 토로한 뒤 “노동 개혁의 첫머리에 `취업 규칙 변경`이란 게 정년을 3년 앞둔 경우 내년에 봉급을 10~30% 깎고, 그 이듬해 다시 그쯤 깎아 퇴직 마지막 해엔 지금 봉급의 절반만 받으며 1년을 버텨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까발렸다.

그의 반론은 신랄했다. “내가 네 나이일 때 나는 주어진 대로 살았다. 이층 양옥의 북쪽 모퉁이 방에 철제 계단 타고 올라가는 전세를 살았고, 그도 안 되면 헛간 같은 지하 단칸에 신혼을 꾸렸다. 직장도 실력이 있으면 사법시험도 붙고 은행도 들어갔지만 그게 안 되면 벽돌도 나르고 리어카도 끌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느 소설가가 말한 것처럼 너희의 젊음이 상(賞)으로 받은 것이 아니듯 우리가 늙어가는 게 벌(罰)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편지글을 통해 전해지는 진실의 울림은 늘 사람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