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지난 달 19일 제주도의 한 특성화 고등학생 이민호 군이 현장실습에 나갔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언론에서는 이 군이 기계에 목이 끼어서 큰 부상을 입었고 이를 치료하던 중 사망하였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을 보면서 필자는 민호군의 사망사고는 정부가 보조금을 이용해서 학교를 지배하려는 정책과 기업체가 실습 학생을 값싼 `노동력`으로 착취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SBS의 보도에 따르면, 이민호 군은 생수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생수 생산의 전체 공정을 담당했다고 한다. 즉, 이군은 생수가 병에 주입되고, 생수병이 일정한 개수(보통 2l는 6개, 500ml는 20개)로 포장되고, 포장된 생수병들이 적재되면 그것들을 지게차에 실어서 옆으로 옮겨 놓는 일을 하였다. 생수 주입과 포장까지는 기계화 되어 있기 때문에 이민호군은 주로 적재된 생수병들을 지게차로 옮기는 일을 했다.

SBS에 따르면 이 일들은 경력이 오래된 부장급이 하던 일이라고 한다. 그런 일을 실습생인 이군이 감독자 없이 `혼자서` 전부 관리했고, 심지어 공장일지까지 다 썼다고 한다. 그런데 사고 당일에는 포장된 생수병을 옮겨서 적재하는 리프트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군이 리프트 안까지 들어가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던 중에 갑자기 리프트가 내려왔다고 한다. 이군의 상체가 리프트의 끝 쪽에 끼는 사고가 났을 때, 그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2분 뒤에 같이 실습 나온 친구가 민호 군을 발견했다.

필자가 이해하는 현장 실습은 숙련된 노동자의 감독이나 지도하에 학생들이 배운 것을 연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민호 군의 경우는 연습이 아니라 다른 숙련공이 해야 할 일을 도맡아서 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과연 `실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오히려 `파견 근무`라고 불러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상황은 필자에게는 특성화 고등학교가 인력업체가 되어서 공장에 헐값의 노동자를 파견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의 사망 사건은 이민호 군의 경우가 처음이 아니다. 올해 1월에는 전주의 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인 홍수연(19) 양이 자살했다. 수연 양은 작년 9월 현장실습생으로 입사해 지난 1월 중순까지 일하는 동안 실적 압박과 감정노동에 따른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고 한다.

자살 당일에 그는 “콜 수를 다 못 채웠다”는 문자를 남겼다고 한다.

이후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은 LG유플러수 전주 고객센터(협력사 엘비휴넷)에 대한 근로감독을 한 결과 현장실습생들이 고객센터 해지 방어부서인 `SAVE팀`과 상품판매를 담당하는 `가입부서` 등에서 연장근로를 했지만 추가 수당을 받지 못한 정황을 다수 발견했고, 근로계약서 작성 시 법적 기재사항 누락과 퇴직연금 운영교육 미실시 등이 확인됐다고 한다.

이렇게 기업체가 실습학생들을 대상으로 노동 착취를 할 수 있는 것은 취업률을 높이려는 학교와 이를 악용하려는 기업체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취업률이 학교 평가의 절대 기준이 되고 특성화 학교에 대한 정부 지원의 규모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 때문에, 학교 측에서는 될 수 있으면 많은 학생을 현장 실습에 보내려고 한다. 이런 것들이 기업체가 학생들을 노동 착취하고 학교가 이를 방관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12월 1일 정부는 내년부터는 특성화고의 고등학생들이 3학년 2학기에 현장 실습을 나가는 것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조치는 학생들이 실습 가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일시적으로 막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정부와 교육부가 특정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 기준을 근거로 학교를 돈으로 지배하려는 정책을 계속 고수하는 한, 그리고 기업체가 학생들을 대항력이 없는 값싼 노동력으로 생각하는 한, 민호 군이나 수연 양의 비극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