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한국당)의 영남권 당무감사 결과가 지역 정치권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묵은 정치행태를 지속해오던 영남지역의 선거양상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기점으로 상당 폭 변화하고 있다. 특히 진보정권이 들어선 이후 처음 치러지는 내년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통적 보수정당 본산의 당무감사인 만큼 민심변화를 제대로 담아냄으로써 보수혁신은 물론 정치개혁의 기틀을 다잡아야 할 것이다.

한국당 당무감사위원회(당무감사위) 이용구 위원장은 4일 공식 브리핑에서 “이번 감사에서 많지는 않지만 평가가 좋지 않은 현역의원도 있었다”며 현역의원이 당협위원장에서 탈락할 수도 있음을 예고했다. 당무감사위가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한 영남권 감사결과 원내는 평균 65점, 원외는 평균 54점(전국 평균 원내 62점, 원외 51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무감사 결과 최고점수는 78점이고, 1~10위 사이에 대구·경북(TK)의원 한 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고위원회 내에서는 현역의원에 대해선 60점 미만이면 교체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일단 당무감사위는 최고위에 전통적 지지 텃밭인 1권역(영남권과 서울 강남3구)의 경우 당무감사 절대평가 점수로 55점을 커트라인으로 권고한 것으로 알려져, 현역 의원의 당협위원장 직위가 박탈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당무감사위는 10월 27일부터 지난달 9일까지 당직자들을 20개 현장실사반으로 편성해 전국을 일별로 돌며 감사를 벌였다. 11명의 당무감사위원들은 2~4개 권역을 나눠서 감사과정을 지도·관리했으며, 여의도연구원에서 실시한 책임당원 대상 여론조사 결과도 포함됐다. 여론조사는 당협위원장·국회의원에 대한 평가, 당협위원장 계속지지 의사, 조직평가 등이 그 내용이다. 심사 대상자는 전국 253개 당협 가운데 237개 당협의 총 234명이다. 그러나 비례대표 4명은 제외됐다.

박근혜정권의 실패로 사상 최악의 권력빙하기를 맞고 있는 한국당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일은 기울어진 이 나라 정치 운동장의 정상화를 위한 최대의 과제다. 국민여론이 한쪽으로만 쏠려가는 정치는 길면 길수록 독성이 깊어진다는 것이 우리 민주주의 정치사의 뼈아픈 교훈이다. 핵심은 `공정성`과 `개혁성` 확보다. 우선 당무감사 결과에 국민들 모두 수긍할 만큼 `계파정치` 논란을 비롯한 불공정 여지가 일체 없어야 한다. 민심변화를 오롯이 담아낸 혁신성 여부도 문제다. 실정에 대한 치열한 반성과 함께 새로운 정치비전이 암시돼 있어야 한다. 또 다시 감사결과를 놓고 추악한 갈등양상을 빚는 날이면 정말 희망이 없다. 이번 당무감사가 건강한 보수정치 재건축의 주춧돌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