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철화<br /><br />편집부국장
▲ 정철화 편집부국장

포항 하면 가장 먼저 철강도시, 포스코, 해병대란 단어가 연상된다. 그러나 여기에 지진이란 단어가 하나 더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지난달 15일 규모 5.4의 강진이 포항에서 발생하며 전국을 지진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지난해 규모 5.8의 경주 지진에 이어 지진관측 이래 2번째로 큰 지진, 피해액 최대, 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 등 지진과 관련한 새로운 기록이 만들어졌다.

4일 현재 포항 지진 잠정 피해액은 971억6천700만원으로 경주 지진 피해액 120억원의 8배에 이른다. 이 가운데 공공시설, 공장, 상가 등을 제외하고 주민 생활안정과 직결된 주택 피해액만 429억6천여 만원에 달한다. 건물 폐쇄 결정으로 이주를 해야 하는 420세대 가운데 177세대가 임대아파트 등 임시 거처로 이주했다. 임시거처가 확정되지 않았거나 건물 개보수가 필요해 대기 중인 이재민이 여전히 860여 세대에 달한다. 지진 피해주민들은 보금자리를 잃고 길거리에 내몰린 채 매서운 겨울 추위와 지진의 공포에 떨고 있다.

남은 과제는 이들이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느냐이다. 현행 재난관련법으로 이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돈은 건물이 전파되어도 900만원이 전부이다. 지진피해 성금 역시 전파 기준으로 최대 500만원이 고작이다. 융자지원 등은 어차피 갚아야 할 빚이고 임시 거처 역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나가야 한다. 결국 주택을 재건축하거나 개보수할 수밖에 없지만 현행법상의 보상 기준으로는 집의 처마도 하나 교체하지 못할 정도로 부족하다. 이 대로면 지진 피해자들은 본인 부담으로 주택을 복구하고 각자의 힘으로 자활을 해야 한다. 나라에서 보상해 줄 방법이 없으니 내가 사는 곳에 지진이 난 것을 한탄하며 지진을 나게 한 하늘을 원망하고 살라는 말과 다름없다.

국가의 가장 첫 번째 기능이 전쟁과 재해 등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다. 포항지진은 인간이 극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자연재해이다. 홍수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는 예측도 할 수 있고 국가나 재해보험 등을 통해 일정 수준의 보상도 받을 수 있다. 지진은 예측이나 피해 규모 면에서 풍수해와 많이 다르다. 지진 선진국인 일본에서조차 지진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포항 지진에 대한 예측도, 사전준비도 전혀 없었고, 1천억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유가 어떻든 국가는 지진재해로부터 국민을 지켜내지 못한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난 뒤 `이게 나라냐`란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불거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서는 `이게 나라냐`는 구호로 뒤덮였다. 국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데 따른 국민들의 분노의 함성이었다. 포항지진도 세월호 참사에 버금가는 중대한 재난이다. 자연재해로 길거리에 내몰린 지진 피해자들을 국가가 제대로 보듬지 못한다면 이곳 역시 `이게 나라냐`는 원망이 터져 나올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포항을 지역구로 하는 김정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최근 `지진재해로 인한 재난복구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대부분 풍수해를 기준으로 하는 현행 재난관련법이 지진재해를 지원할 수 없어 지진 피해주민들을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법안의 내용은 지진 파손주택 복구를 위한 국고지원을 최대 3억원으로, 현행 국고보조율 30%에서 80%로 상향 조정하고 지진재해지역 풍수해보험료 국가지원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제 국회가 이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국가가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만 남았다. 국가를 이끌고 있는 정부와 국회는 `이게 나라냐`는 원망이 아니라 `이게 나라다`는 희망을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