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정 숙

아스라한 안개바다

목적지를 향해 떠나야 하는 길손들이

잠시 머무는 안식처

어둠을 헤치며 달리는 성난 파도처럼

내일을 향해 기차는 달리고

저 멀리 고비사막의 모래바람이

만날 수 없는 평행선 위를 가로지르는

졸음에 겨워 휑한 객석

올망졸망 보퉁이마다 생의 이정표

야간열차는 길손들의 마지막 생을 위해

쉼 없이 내달린다

안개 속을 마냥 달려가는 야간열차 속에서 인생을 읽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다. 열차 바깥은 깜깜한 어둠에 쌓여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쉼 없이 달려가고 있다. 그 속에 올망졸망한 생의 보퉁이들을 쓸어안고 잠든 길손들, 어쩌면 그들의 한 생이 그러했듯이 앞만 보고 끝없이 달려온 야간열차와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 모두는 쉼없이 달리는 야간열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