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정 례

한 나무에게 가는 길은

다른 나무에게도 이르게 하니?

마침내

모든 아름다운 나무에 닿게도 하니?

한 나무의 아름다움은

다른 나무의 아름다움과 너무 비슷해

처음도 없고 끝도 없고

푸른 흔들림

너는 잠시

누구의 그림자니?

푸르른 숲을 바라보며 우주와 인생을 읽어내고 있는 시안이 깊다. 푸르게 어울어진 숲의 실상은 하나 하나의 독립된 나무들이 서서 숲을 이뤄내고 있다. 우리네 한 생도 그런 것 아닐까. 각기 다른 모습과 성격과 정신을 가진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바람이 일어 숲이 일렁이듯이 우리 사는 세상도 사람의 일들로 흔들리고 바람이 일지만 그래도 넉넉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살만한 푸르른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