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승 태

어머니는 콩나물을 키웠고

콩나물은 어머니를 가르쳤구나

시루에서 고개를 쳐들면 마주칠 눈

뽑는 일 죄 짓는 마음이라서

어찌 머리통을 잡고 당길 수가 있으랴

미안해서는 안 된다고

저요 저요

하나같이 발돋움하다가 뽑힌 모습

굽은 목이 절대로 비굴의 곡선이 아니라는 걸

뽑아 보고야 알았다

매사에 숙여주던 곡선

아버지 앞에서 어머니 아름다웠다

콩나물을 사다가 먹는 아내의 빳빳한 고개

길러서 먹던 어머니와는 사뭇 달랐다

콩나물 공장이 생겨나면서

우리 집에는 경정 한 권이 사라졌다

생활 속에서 만나는 사소한 것, 콩나물에서 시인은 새로운 인식에 도달함을 본다. 그냥 생각없이 보고 먹었던 콩나물에서 어머니의 삶을 발견한 것이다. 비굴하지 않은 곡선으로 살았던 어머니의 한 생을 본 것이다. 한결같은 정성으로 매사에 숙여주던 곡선으로 살아온 모성을 아내가 사온 꼿꼿한 콩나물에서 본 것이다. 말없는 경전이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