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포항 지진의 여파로 수능이 한 주간 연기된 끝에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정부의 발표와 사회부총리의 다짐에 따르면, 오늘 수능은 더 이상 취소되거나 연기되지 않을 것이며 수험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시행된다고 한다. 포항지역이 겪은 충격이 매우 컸으며 또한 이어진 여진의 공포도 극심하기는 하나, 수능은 전국적인 대사이며 전국의 모든 수험생들에게 큰 영향이 미치는 일이다. 소수의 아픔을 위하여 다수가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며 이를 모든 국민들이 큰 무리없이 품고 수용하여 준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위하여 자신의 불편함을 감내하여 준 전국의 수험생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이제 우리나라는 `마음이 넓은 나라`로 `남을 생각하는 사회`로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행복한 것이 소중한 만큼, 모두 함께 편안한 사회로 움직여 가는 일만큼 귀중한 소득이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지진이 우리에게 불행만 안겨준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수능에 관해서는 한가지 생각거리가 있다. 우리 수능은 일 년에 딱 한번 치르는 일이다. 그래서 수능의 아침은 운명의 아침이 되었으며, 전국뉴스의 필수 소재가 되었다. 이 날의 날씨가 초미의 관심이며 이 날을 위해 백일기도 도량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 한 날의 수능에 실수라도 하게 되면 꼬박 일 년을 기다려야 하며, 필자도 바로 그런 탓에 대학입시 재수의 고배를 들어야 했다. 이미 수십년 쌓아온 전통이라 우리의 감각이 무뎌진 것일까, 어째서 우리는 이런 시스템이 이제는 적절하지 않음을 아무도 묻고 있지 않은 것이다. 왜 그럴까. 수일 전 사회부총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묻는 질문에 `다른 나라에 있어 유사한 형태의 시험이 1년에 몇 차례 있는 것은 그들의 시험이 자격시험과 같은 성격이고, 우리의 수능은 실력을 가늠하는 시험이라서` 다르다고 하였다. 과연 그런가.

수능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시행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준말로, 대학교육에 필요한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정의되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이 대학교육을 받기 위한 기본적인 수학능력을 갖추었는지를 검증하는 시험인 것을 1년에 단 1회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 그리고, 이것이 실력평가를 위한 시험이라고 해도 꼭 1년에 단 1회 치르도록 규제해야 할 까닭은 어디에 있는가. 미국의 경우, 우리의 수능과 비슷한 SAT는 거의 두 달에 한번 꼴로 치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준비가 되었을 때 자유롭게 선택적으로 몇 번이라도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이들의 평균점을 입시사정에 활용하고 있다.

초유의 사태로 `수능연기`의 결과까지 빚었던 까닭은 우리가 1년에 단 한번 시행한다는 그 중압감이 너무 무거웠던 탓이 아니었을까. 수차의 기회가 우리에게 있었다면 이번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응할 때에도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기회에 우리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년에 몇 차례 시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조정할 필요에 대하여 숙고하여 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실행하려면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을 터이다. 그러나 수험생들의 안정적인 학습을 보다 폭넓게 제공하고 수능 날의 불필요한 긴장을 줄여줄 수 있으며 가족들의 마음에도 더욱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질 수 있다면, 우리가 한번 생각해 볼 일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오늘 수능으로 수고할 모든 수험생들이 오늘 하루의 시험에서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날 `하루`가 아니라 몇 차례의 응시기회가 제공되어 이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에도 유연함이 생겨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수험생 여러분, 일 년 동안 수고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