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원·달러 환율 하락
수출업체들에게는 타격

▲ 원/달러 환율이 22일 하락세를 지속, 장중 달러당 1,090원이 깨지면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원화와 달러화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숨 고를 새 없이 빠른 하락세를 이어가며 장중 한때 1천090원 선마저 무너졌다.

22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1천090원대 초반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오전 11시25분 현재 달러당 전날보다 3.2원 하락한 1천092.6원이다.

전날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1천080원대를 찍은 터라 개장 전부터 추가 하락이 예상됐다.

환율은 지난달 27일 1천130.5원을 기록한 뒤 뚝뚝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 16일에는 장중 1천100원대가 붕괴됐다.

17일에는 종가 기준으로 1년 2개월 만에 1천100원 선이 무너졌고 21일에는 1천095.8원으로 떨어진 데 이어 이날도 다시 하락세다.

원화 강세 자체는 최근 한국경제를 둘러싼 호재들을 반영한 결과다.

북한 리스크가 희석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상향조정되고 있다. 캐나다와 기한과 한도 없는 통화스와프를 체결, 위기 안전판을 확보하며 안도감도 생겼다.

한국은행의 이달 말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도 원화 값을 밀어 올렸다.

일각에서는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 흑자가 연 800억~900억 달러씩 발생하는데 환율이 1천150원에 머무는 것이 정상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환율이 떨어지는 속도다.

통화가치 급변은 가계와 기업 의사 결정을 방해하고 경제 전반 효율성이 떨어진다.

직접적으로는 수출업체들에 충격이 된다.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중소 수출업체들은 당장 거래가 끊길 위기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최근 수출 주도 경제 성장세가 꺾일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환율 하락이 내수기업에 그다지 도움이 된다는 확신도 없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일반 가계가 환율이 떨어졌다고 해서 소비를 열심히 하는 것 같지 않고 해외여행은 늘어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환율 수준이 1천184원이라고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최근 외환 당국은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있다.

17일 환율 하락속도가 너무 빨라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비공식 구두개입을 했을 뿐 적극 방어하는 모습은 아니다.

금융시장에서는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 때문에 외환 당국이 매우 조심스럽게 움직인다고 해석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구두개입을 통해 환율이 천천히 움직이도록 조정해야 한다”며 “통화가치를 조정하는 것이 중앙은행 목표인데, 그런 고유권한까지 미국이 환율조작이라고 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환율 움직임이 단기 현상이라는 전망 때문이라는 풀이도 있다. 과거 2014년 환율 급락 때와는 달리 세계적으로 달러화 약세 흐름이 아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이 쌓이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출업체의 부담을 계속 떠안을 수는 없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윤창현 교수는 “너무 심한 애로는 정부가 산업정책 차원 조치를 생각해봐야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은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현욱 부장은 “한은 금리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