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위 발

그는

가슴 속 담겨 있는 술병을 꺼내

뚜껑을 열면 울음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데

그 안에서 고통이 터져 나올 것 같은데

바다는 핏빛이고

밤안개는 번지고, 내리고, 흐르고, 피어나고, 우는데

붉은 나뭇가지에 목숨처럼 매달린

리본이 아이의 눈망울처럼 바람으로 다가오는데

그는

오늘도 건조대에 널린 빨래처럼

몸을 방파제에 걸친 채

상처받은 개구리처럼

또다시 똬리를 튼다

지난 2월 필자는 두 번째 진도 팽목항을 다녀온 적이 있다. 아직 세월호가 인양되기 전이었고 팽목항에는 거센 바람에 노란 리본들이 팔랑거리고 조문을 위한 컨테이너에는 조문객들이 뜸하게 들었다가 눈물을 훔치고 나오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시인은 그 아픔의 현장에서 돌아오지 못한 분들을 기다리며 가슴을 치는 유족들의 깊은 그늘을 세상에 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