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진도 5.4의 지진으로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찬반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탈원전을 주장해온 환경단체들은 탈원전정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고, 원자력업계는 지진위험이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천재지변속에서도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찬반논란이 엇갈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주요 정책 가운데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는 정책이 바로 탈원전정책이기 때문이다. 경북 동해안 지역의 경우 울진에 6기, 경주 월성에 6기 원전이 가동중이고, 향후 추가건설 계획은 모두 무산될 처지여서 지역민들도 탈원전정책의 향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의 탈원전정책에 대한 입장차는 한 마디로 천양지차(天壤之差)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으로 처음 제기된 탈원전 정책은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원자력 발전소 사고,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 등 세 개의 유명한 원전 사고의 영향을 받았다. 한 마디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원전을 더이상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에 맞선 자유한국당의 탈원전정책에 대한 비판은 매우 구체적이다. 최근 최교일(영주·문경·예천) 의원이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내용을 조목조목 정리·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최 의원은 현 정부의 탈원전정책을 12가지 항목으로 나눠 비판했다.

우선 우리나라의 원전정책 결정이 외국의 원전 중단절차와 비교해 너무 짧고, 졸속으로 판단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다. 독일은 탈원전을 결정하는데 25년이 걸렸으며, 국회에서 논의를 했으며, 스위스는 33년이 걸렸고, 국민투표로 결정했다. 스웨덴 역시 30년 간 5회의 국민투표를 거쳐 결정했으며, 벨기에는 4년이 걸렸고, 국회에서 입법을 했다는 게 골자다.

또 30년 전 원전 건설을 중단했던 영국·스웨덴 등 선진국들이 최근 원전 건설을 재개했다는 점을 들었다. 영국은 보유하고 있는 40기 이상의 원전 중 15기 정도만 운영하고 나머지는 폐로 결정을 했으나, 전력이 모자라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전기를 수입해오다 결국 원전 건설 재개를 결정했다. 스웨덴 역시 10기가 넘는 원전을 운영하다 1980년 추가 원전 건설을 중단하기로 했으나 40여 년이 지난 올해 기존 원전을 대체하는 원전 건설을 하겠다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현재 총 466개 원전이 가동 중이며, 59기가 건설 중일 뿐 아니라, 향후 건설계획중인 곳만 164기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통계도 내놨다.

심지어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국인 일본도 원전 가동을 재개했다는 점을 들었다. 아베 정부는 지난 2015년 8월 가고시마현의 센다이 1호기 재가동을 시작으로 원전을 재가동하기 시작했으며, 최근 향후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22%까지 확대하기로 하는 에너지 계획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원전을 포기한 독일의 경우 가정용 전기료가 우리나라의 3배에 이른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탈원전정책의 골자가 안전성 문제인데,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스웨덴, 중국 등 우리나라보다 안전기준이나 안전의식이 높은 대부분의 선진국이 원전을 건설하는데, 우리나라만 안전성을 문제삼아 중단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논리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기술을 보유해 EU 인증을 통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밖에 원전은 국산화율 96%여서 직·간접 일자리가 30만개에 이르고, 태양광 발전비중이 10%를 넘으면 이에 상응하는 LNG 예비발전소 건설이 필요하다는 문제점도 나왔다.

국가에너지 정책은 국가의 백년대계에 해당한다. 따라서 탈원전정책의 지지여부는 주권자인 국민의 선택에 달려있다.

다만 정치권이 이런 논쟁을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생산적인 논쟁`으로 승화시켜주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