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공장 빌려 수천t 야적
처리 비용만 수억원 달해
불법 폐기 후 도주 등 빈발
건축폐자재·폐합성수지 등
장기 방치로 악취·2차오염
지자체 단속 인원 늘리고
우선조치 등 대책 세워야

▲ 포항철강공단내 H철강에 야적돼 있는 폐기물이 5개월째 방치돼 악취 공해와 함께 2차 오염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김명득기자

산업폐기물 방치로 인한 악취가 새로운 도시 공해로 떠오르고 있다. 땅이나 공장을 빌린 뒤 사업장폐기물을 투기하고 잠적하는 신종 `사기`마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14일 포항시 남구청에 따르면 재활용품 수집업자인 안모(39)씨는 지난해 8월 H철강으로부터 폐업한 공장을 임대해 사업장폐기물 등 수천t을 야적해오다 지난 6월 남구청에 적발됐다.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일부 출처가 파악된 980t만 처리됐을 뿐, 나머지 4천여t은 아직 그대로 남아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이처럼 폐기물이 수개월 째 방치되고 있는 배경에는 행정기관과 업자 간 법정공방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남구청이 공장 소유주인 H철강에 나머지 폐기물도 조속히 처리할 것을 요구하는 행정처분을 지난 8월께 통보했으나 H철강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오히려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

문제는 이곳의 건축폐자재에서부터 폐합성수지, 플라스틱 등에 이르는 각종 폐기물이 장기간 방치되며 2차 오염마저 우려되고 있다. 공장 바로 옆으로 구무천이 흐르고 있어 오염물질이 빗물과 함께 자칫 형산강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크다.

포항 뿐만 아니라 상주에서도 최근 폐기물 불법 처리와 관련해 38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입건됐다.

상주경찰서에 따르면 이들은 상주에 있는 한 임야 소유자에게 1년간 건설자재 야적장으로 쓰겠다며 땅을 빌린 뒤 건설현장이나 의류공장, 합성수지공장에서 나온 폐기물을 무단 폐기해왔다. 이들은 상주뿐 아니라 2월부터 5월까지 김천과 충북 음성 등 전국 9곳을 돌며 이런 방식으로 사업장폐기물 6천500t을 불법으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출업체 알선책과 영업책, 운반책, 현장 관리책 등으로 역할을 나눈 뒤 7~15일 사이에 폐기를 처리를 마치고 도주하는 방식으로 당국의 단속을 피했다. 이름만 빌려주는 바지사장을 내세워 계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폐기물 무단 투기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자 애꿎은 땅 주인과 지자체만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위 `바지사장`을 내세우거나 폐기물을 처리할 능력이 없다며 `행위자`인 불법 투기업자가 잠적할 경우 결국 토지주나 건물주가 이를 떠안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지면 지자체와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불법 투기업자가 최근 들어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최근 경기가 나빠지며 처리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폐기물 종류마다 처리비용이 다르지만, 포항에서 문제가 된 폐기물인 폐합성수지의 경우 t당 20만원 내외가 발생해 전체적인 비용은 수억원대에 이른다.

`폐기물관리법`상에 가장 무거운 벌칙이 기껏해야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으로 그치고 있다. 불법 업자들을 제재하기엔 너무나 가벼운 처벌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지자체에서 사전에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지자체에서는 이를 담당할 인력이 고작 서너명에 불과해 `장기간 투기 되기 전 사전에 단속한다`는 대응 자체가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포항환경운동연합 정침귀 사무국장은 “복잡한 관계가 얽혀 있고 책임소재에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폐기물을 장기간 방치해 놓는 무관심이 더 큰 문제”라며 “포항시의 경우 철강관리공단 등과의 협의를 통해 우선 조치를 취하고 차후 원인자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방법이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득·전준혁기자

    김명득·전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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