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여론의 사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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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7.11.07   게재일 201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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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

단국대 교수
요즘 언론에서 이명박 및 박근혜 정권하에 있었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 내용들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검찰의 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국정원과 기무사가 댓글부대를 조직하고,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려고 했으며, 그 활동 결과를 청와대에 정기적으로 보고했다고 한다. 이런 보도를 보면서, 지난 7~8년간 정치권력이나 국가기관이 여론을 사유화 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댓글공작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것은 2013년 대통령 선거 당시 `국정원 인터넷 댓글` 사건을 통해서이다. 국정원에서 댓글 부대를 조직하여 상대 후보를 음해하고, 그 지지자들을 공격하거나 조롱하는 댓글들을 달았다는 의혹이다. 이것은 당시 검찰의 조사까지 받았지만 모두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그러나 최근에 검찰 조사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2013년 국정원 댓글 조작은 의혹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국정원이 파견 검찰 등을 동원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점입가경으로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기부터 국정원뿐만 아니라 기무사도 댓글 조작에 동참하였다는 비밀문건들이 다량으로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이 문건은 국군 사이버사령부(군사이버사)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청와대에 보고한 댓글 공작 보고서이다. 이에 따르면 군사이버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3년차인 2010년부터 정치 개입 활동을 시작했으며, 인터넷 매체를 직접 만들어 운영하고, 기무사령부 부대원들이 댓글 활동에 관여했다.

청와대에 보고한 대응작전결과보고서 등에는 천안함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작전권 환수 연기 비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지지 여론조성 등에 대한 사이버 댓글 대응 내용이 기재돼 있었으며, 김관진 전 장관을 영웅시하는 이미지 파일 등도 발견됐다. 사이버사는 또한 2012년 5월 14일부터 2014년 4월 25일까지 인터넷 매체인`포인트 뉴스`를 직접 설립해 운영했다.

이 매체 운영 예산이 국정원 승인을 통해 군사정보활동비에서 충당된 것으로 조사됐다. 포인트 뉴스가 게시한 기사는 7천500여 건이었다고 한다.

이런 조사 결과는 전 정권이 국가 기관을 사유화하고 권력 유지에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조작하려고 하였음을 보여준다. 해당 기관이 국정원, 기무사라는 점은 전 정권이 국민들을 심리전의 대상으로 보고, 국가 기관을 동원해 국민과 사이버 상에서 전쟁을 벌였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지난 7~8년간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각종 게시판 댓글들에 “빨갱이” “종북 세력”이라는 단어들이 난무했던 이유를 잘 설명한다.

또한 이런 댓글 공작이 나쁜 것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국민들의 사고방식을 이분법적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전 정권이 국가기관을 이용해서 사이버 댓글 공작을 했던 것은 국민들이 선동에 의해서 쉽게 생각이 바뀌는 우매한 대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댓글공작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여러 가지 민감한 정치나 외교-안보 관련 이슈들을 아군과 적군이라는 이분법으로 판단하게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다.

국가적 현안을 이분법적으로 규정하고 설명하는 것은 매우 손쉽고 편리한 논리화이다. 우리가 이런 이분법을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유아적이고 수준이 낮은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인들이라면 요새 유행하는 미국 드라마에서 볼 수 있듯이, 세상이 선과 악, 혹은 내 편 네 편으로 쉽게 나눌 수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무엇보다 권력 유지를 위해서 국민의 여론을 사유화 하는 일은 더 이상 우리 역사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국민들을 자신의 아바타로 만들어서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하려는 정치가가 있는 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아직 미래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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