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만 남은 영덕 천지원전 지정지구

▲ 천지원전 예정구역으로 지정된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전경. /이동구기자 dglee@kbmaeil.com

“도대체 정부는 뭐하는 겁니꺼? 국민을 위한 정부인지, 나라를 위한 정부인지 도대체 분간이 안갑니더!”

5일 오전 경북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마을쉼터. 이날 주민 10여명은 한자리에 모여 천지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얼굴엔 다들 근심 걱정이 그득했다.

최근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 발표로 천지원전 건설이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영덕읍 석리와 인근 노물리, 축산면 경정리에는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영덕읍 석리, 노물리, 축산면 경정리 등은 정부가 천지원전을 건설하기로 한 부지다. 지난 2008년 제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수립으로 추진됐고 2015년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건설사업이 확정됐다. 천지원전 인근은 2012년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으로 고시가 지정됐다. 지정 고시가 떨어지자마자 외지인들의 발길도 넘쳐났다. 영덕군에 따르면 2012년 8월말 390세대에 709명이던 인구가 2016년 564세대 934명으로 최고치에 달했다. 10월말 현재 540세대에 878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낮선 사람들이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마을 분위기도 어수선해졌다. 주민 박모(41·노물리)씨는 “외지에서 토지보상을 노리고 마을로 편입한 주민들과 기존 주민과의 마찰로 이웃간 온정은 온데간데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유재산권이 제한받으면서 삶의 터전을 빼앗겼고 생존권마저 위협받으며 지내온 6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은 이 마을 주민들밖에 모릅니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영덕군 토지취득 현황은 지난 2012년 9월 이후 매정리 282건, 노물리 278건, 석리 113건에 이른다. 지정고시 이전엔 수 건에 불과하던 토지거래가 최근 몇 년 사이에 673건 대량거래를 보이며 투기바람이 지나간 흔적으로 남았다.

이처럼 바람 잘 날없던 지역은 천지원전 건설방침이 백지화되면서 `닭쫓던 개 신세`가 됐다.

영덕군 천지원전지주총연합회는 천지원전 1·2호기 건설을 촉구하며 각 정당 대표에게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공개서한문을 통해 “새정부의 대책없는 탈원전 정책으로 신규원전 전면 백지화라는 철퇴를 맞게 됐다”며 “신규원전 전면 백지화에 대한 정책도 신고리 5·6호기처럼 공론화 절차를 거쳐달라”고 요구했다.

영덕군도 특별지원금 380억원 사용 허가와 천지원전 구역 내 재산권 제한으로 받은 물적·심적 고통에 대해 보상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천지원전건설준비단계에서 일부 가구만 보상을 해 전체 부지 324만여 ㎡ 가운데 18.2%(59만여㎡)만 매입한 상태다. 그동안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해 비가 새는 지붕도 고치치 못하는 등 주민들이 겪은 재산권 제한에 대한 보상책이라도 서둘러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희진 영덕군수도 “지난 7년간 천지원전 추진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이 이 겪은 극심한 사회·경제적 피해에 대해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영덕/이동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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