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민

거대한 우주선 군단이

하늘을 낮게 지나가듯

구름떼가 일제히 이동하다

대책 없는 사물들 죄다

비명 지르고 빛을 잃다

네 말처럼

이 세상은 죄가 없다

천둥벌거숭이 하나

두 팔 벌리고

사방 뛰어다닌다

외계인의 재앙영화 같은 얘기로 시작되는 이 시는 존재의 절망에 대해 쓰고 있음을 본다. 우리는 천둥벌거숭이인지 모른다.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상실하거나 망각한 채 두 팔 벌리고 사방을 뛰어다니고 있는 것처럼 방향성과 목적성 없이 어디론가 마구 달려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