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종 기

잠시 전에 내 몸이었던 것이

땀이 되어 나를 비집고 나온다

표정 순하던 내 얼굴들이

물이 되어 흘러내려 사라진다

내 얼굴은 물의 흔적이다

당신의 반갑고 서글픈 몸이

여름 산백합으로 향기로운 것도

세상의 이치로는 무리가 아니다

반갑다, 밝은 현실의 몸과 몸이여

아침 풀이슬에서 너를 만나고

저녁 노을 속에서 너를 보낸다

두 팔을 넓게 펼치면, 어디서나

기막히게 네가 모두 안아진다

언제고 돌아갈 익명의 나라는

지금쯤 어디에서 쉬고 있을까

잠시 전에 내 몸이었던 것, 또 떠나고

잠시 전에 내 몸이었던 것이 땀이 되어 나로부터 이탈한다는 것은, 잠시 전의 내 몸이 잠시 뒤에는 주검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까지 가정한 표현으로 읽을 수 있는데 이것은 시인의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낳은 것이다. 영원이라는 무변의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우리네 한 생이란 얼마나 찰나적이고 순간적인지 모른다는 진리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