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기관 채용비리와의 전쟁 의지가 심상치 않다. 공공기관의 과거 5년간 채용비리를 전수조사하고 비리 연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중징계한다고 한다. 조사 대상은 330개 공공기관 외에 지방공기업과 공직 유관 단체가 포함된다. 대략 1천500여 개 기관이 해당한다. 채용비리의 빌미가 되는 핵심적인 구태는 `낙하산` 인사다. `낙하산` 관행을 먼저 청산하지 않는 한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근절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법무부 등 12개 관련부처 장관을 긴급 소집했다. 법무부는 채용비리에 대해 일선 지검에서 수사하되 대검 반부패부가 지휘하도록 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 직후 정부가 발 벗고 나선 형국이다. 관계부처 합동 `채용비리 특별대책본부`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설치하며 신고센터도 운영한단다. 비리 관련자는 모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채용비리는 일상화한 관행처럼 굳어져 이제 고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공공기관은 민간기업보다 업무가 느슨한데다가 보수와 복지수준이 높다. 청년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선망의 직장으로 꼽힌다. 그런 곳의 채용비리는 취업준비생들을 우롱하는 반사회적 범죄나 마찬가지다. 균등해야 할 기회마저 박탈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직장을 잡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젊은이들이 득실거리고, 불공정한 채용관행에 좌절하는 나라는 결코 좋은 나라가 아니다.

공공기관 채용비리의 먹이사슬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그것은 수장에서부터 어느 날 권력과 정치의 연줄을 타고 느닷없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낙하산` 인사구조에 있다. 경영책임자가 전문성과 전혀 관련 없이 권력자의 손가락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가 살아있는 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은 어렵다. 윗물이 맑지 않으면 아랫물을 맑게 할 수 없는 이치와 동일하다.

국정감사에서 `고용세습`이 자행되고 있는 공기업의 수가 무려 65개에 달한다는 사실이 드러나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사망 등의 사유로 자리가 비게 될 경우, 어떤 대기업처럼 `고용세습`을 명시하고 있는 단체협약에 따라 그 일자리를 대물림한다는 것이다. 채용과정에서 순위를 관례처럼 조정한다는 자백도 있었다. 가스안전공사는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드러난 합격자 순위조정 의혹에 대해 “공사의 관례”라고 말도 안 되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일자리 절벽 현상이 심각하다. 청년 실업률은 9.2%, 체감 실업률은 무려 21.5%이다. 힘 있고 백 있는 지원자가 무임승차하는 현대판 음서제도의 온존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구태다. 공공기관장 임명에서부터 타당성과 공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제 우리도 그렇게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