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규 원전건설을 백지화하면서 경북 울진군의 신한울 원전 3·4호기와 영덕군의 천지원전 1·2호기 건설 계획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따라 이희진 영덕군수는 지난 26일 정부에너지 정책 전환에 따른 영덕군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 군수는 이날 “정부는 하루빨리 원전 지정 고시지역 해제를 통한 주민 재산권 보호와 원전 추진과정에서 군과 군민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 군수는 동시에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고시지역 땅을 적극적으로 매입해 신재생에너지, 문화관광 등 국책사업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원전 유치에 따른 특별지원금 380억 원을 영덕군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덕군수가 직접 나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지역의 입장과 보상을 밝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보인다. 정부의 급작스런 정책전환으로 정부만 믿고 상황을 지켜봐 왔던 지역민들의 입장을 자치단체가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영덕군의 입장이 터무니없지는 않다. 원전백지화 과정에서 당사자인 군민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결정함으로써 지역민이 받은 느낌은 황당 그 이상이다.

지난 2011년 영덕읍 석리, 매정리, 창포리 일대 324만6천657㎡가 원전 건설 예정지로 지정되면서 지주 대다수가 지금까지 보상을 기다려왔다. 일부 토지가 보상되면서 보상을 받은 사람과 보상을 받지 않은 사람들 간의 갈등도 적잖았다. 원전 결정과정에서 겪은 지역민의 갈등과 상처는 어떠했는가. 지주들로서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지내오다 이번에는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됐다. 지난 7년 동안 군민이 치른 사회적 개인적 기회비용과 재산권 침해에 따른 대책과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부 주민들은 국회까지 가 시위를 벌인다고 하니 원전 백지화가 갖고 올 후유증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경북 동해안은 우리나라 원전의 절반인 12기가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영덕의 천지원전 1·2호기뿐 아니라 울진의 신한울 원전 3·4호기도 사실상 건설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울진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미 원전산업이 지역경제의 중심산업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라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 주민들도 원전이 좋아서가 아니라 지역경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원전을 선택해 살아가고 있는 입장이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국가적 정책사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 그 피해가 국민에게 온다면 국민은 누굴 믿고 의지해야 하는 것인가.

영덕군의 입장뿐 아니라 국내 원전의 절반이 있는 경북 동해안은 대혼란에 빠졌다. 주민들의 불안감과 13조원 규모가 투자된 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트 사업까지 대폭적 수정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당연히 보듬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