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호 승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사랑하는 사람은 모든 방향에, 모든 시간에 존재하고 그 사랑으로 하여 끝없이 미안하다고 말하는 순정한 시인의 마음을 읽는다. 이 시에서 시인이 의도하는 것은 비단 사랑하는 사람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어떤 것에라도 적용하고 있음을 본다. 미미한 이슬 한 방울에도, 산자락에 몰래 피어난 풀꽃 한 송이에도 시인의 그런 순정한 마음은 미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