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천문학적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계 빚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놨다. 정부의 대책은 대출규제 강화를 통한 부동산 투기수요 억제와 부실가구·생계형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 맞춤형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내년부터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을 도입해 사실상 추가대출이 불가능할 정도로 다주택자의 돈줄을 조인다. 정부의 종합대책이 서민·자영업자 피해로 연결될 여지는 없는지 세심히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신DTI 도입과 함께 다주택자가 추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DTI 산정 시 만기를 15년으로 제한키로 했다. 정부는 아울러 상환능력이 부족한 취약가구를 위해 6~9% 수준인 연체 가산금리를 3~5%로 인하하고, 상환불능 가구의 1천만원이하 10년 이상 소액연체 채권은 대부업체 자율이나 금융회사의 출연·기부를 활용해 소각키로 했다.

가계 빚에 빨간불이 켜진 지는 오래다. 지난 8월 말 현재 총 가계부채는 1천406조원에 이른다. 7월 9조5천억 원, 8월 8조8천억원씩 각각 증가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대출금 상환이 어려운 위험가구만 2년 사이에 16만가구가 늘어난 126만 가구에 달한다. 올 들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미국의 여파로 국내 금리인상이 본격화하면 위험가구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무엇보다 가계대출 부도 위험이 높은 곳은 자영업자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자영업자를 위한 미더운 대책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난 6월 말 현재 160만 명의 자영업자들이 모두 521조원, 1인당 3억원이 넘는 액수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 간 살아남는 업소가 20%뿐일 정도로 열악하다. 내수경기 침체 속에 금리까지 오르면 자영업자 쪽에서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질 우려마저 있다.

정부가 1조2천억원 규모의 `해내리 대출` 상품을 내놓기로 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가깝다. 이 정도의 대책으로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자영업자 부채를 연착륙시킬 수 있을까 의문이다. 모든 위험이 그렇듯 가장 취약한 곳에서 일이 터지게 마련이다. 실상을 면밀히 파악해 조속히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대책에는 부작용이 뒤따르기 십상이다. 대출 총량규제와 금리상승이 겹치면서 주택값 하락과 전셋값 폭등 등 예상치 못한 결과가 파생될 가능성도 있다. 건축업계 위축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서민에게 닥칠 악영향이다. 은행문턱이 높아져 취약계층이 더욱 절박한 처지에 놓이지 않는지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고통 없는 수술은 없다. 그러나 감내할 여력마저 없는 계층으로 고통이 쏠리게 되는 것은 결코 좋은 정책이 아니다. 더욱 면밀히 살피고 보완해나가야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