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Black List)는 일반적으로 노동계에서 `요주의 인물명부`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노동계의 은어로 사용해 왔다. 사용자(회사)는 노동조합의 조직활동에 대항해 조합 조직책의 인물명부 작성을 흥신소 등에 의뢰하고, 그 명부를 이용해 조직화에 대응하곤 했는데, 그 인물명부가 블랙리스트다.

IT업계의 용어로는 상업적인 스팸을 보내는 인터넷 정보 제공자(ISP)의 주소 목록을 가리킨다. 스팸 메일, 악성 코드를 유포하는 IP 주소, 피싱을 조장하는 허위 사이트 등을 포함한다.

이에 반대되는 개념인 화이트리스트(White List)는 유명하고 안전한 IP 주소를 따로 분류, 이 주소에서 보내는 메일은 모두 안정성 있는 내용으로 취급해 수용하도록 하는 목록을 말한다. 불법 사이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블랙리스트를 새롭게 업데이트하는 것이 한계에 이르면서 등장했다. 화이트리스트에 있는 메일만 받아볼 수 있게 설정하면 역으로 악성 메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치판에 등장한 블랙리스트는 정권을 뒤흔드는 파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선`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서 터져나온`문화계 블랙리스트`만 해도 박근혜 전 정부에 통렬한 도덕적 타격을 입혔다. 반면에 정치판의 화이트리스트는 IT업계에서 쓰이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뉘앙스로 등장했다.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사건은 박근혜 정부 시절 `관제시위`에 나선 보수단체를 금전적으로 지원하라고 대기업을 압박한 단체나 개인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검찰이 `화이트리스트 의혹`사건 조사를 위해 전 국정원 간부와 전 청와대 비서관, 재향경우회 등 관변단체 인사들을 줄줄이 소환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권위주의 정권이 이어지던 시절, 친정부 시위에 열을 내는 관변단체나 특정 보수단체들의 활동재원에 대한 궁금증이 끊이지 않았다. 추측이거나 소설에 가까운 주장, 막연히 이랬으리라고 짐작했던 사실들이 `화이트리스트`사건을 계기로 벌거벗은 몸을 백일하에 드러낼 모양이다.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둘 다 반드시 척결해야 할 권력형 범죄의 흔적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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