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지 우

나는 고향에 돌아왔지만

아직도 고향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삶을 한번쯤 되물릴 수 있는 그곳

온갖 야한 체위로 성애를 조각한

사원, 초월을 기쁨으로 이끄는 계단 올라가면

영원한 바깥을 열어주는 문

이 있는 그곳

고향으로의 귀환은 누구나 염원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영원한 마음의 안식처이고 치유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삶을 한번쯤 되물릴 수 있는 그곳이라고 말한 시인의 심중에서 우리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고향은 영원한 바깥을 열어주는 문이 있는 곳이라는 표현에서 고향은 머물지 말고 떠나가라고 일러주는 곳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낀다. 세상에 나가 상처받고 지칠 때 돌아오라는 고향의 말인지 모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