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내분이 죽고살기 식 막장드라마로 치닫고 있다. `친박핵심`에 대한 인적청산으로 보수통합 등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주류 측과 낭떠러지에서 배수진을 치고 저항하고 있는 친박핵심 간의 혈투가 점입가경이다. 최근의 유치한 사생결단 양상을 보노라면 이들이 정말 `보수정치`를 사랑하는 사람들 맞나 의심스럽다. 이런 수준의 정치를 철석같이 믿고 장기간 떠받쳐준 T.K(대구·경북) 보수지지층의 낙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20일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친박계 최경환(경산)·서청원 의원에게 사실상의 출당조치인 `탈당 권유`를 의결했다. 이날 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게시물에서 “홍준표 대표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한다”며 “당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즉시 포문을 열었다.

홍 대표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 의원을 겨냥 “진박(진짜 친박) 감별사를 자처하며 국회의원을 주머니 속 공깃돌같이 다뤘다”며 “공천 전횡으로 박근혜정권 몰락의 단초를 만든 장본인이 이제 와서 출당에 저항하는 건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거칠게 공격했다. 22일에는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고(故) 성완종 의원 관련사건 검찰수사 과정에서 홍 대표가 나에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고 까발렸다. 서 의원은 “홍 대표 퇴진을 위해 당내절차와 법적절차를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저항 의사를 분명히 했다.

홍 대표는 23일 미국 출국 길에 오르면서 출당 요구에 반발하고 있는 서청원·최경환 의원을 일컬어 “6년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 팔아 호가호위했던 이들”이라면서 “탄핵 때는 숨어 있다가 자신들 문제가 걸리니 이제야 나와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좀 비겁하다”고 힐난했다.

첫 번째 충돌 포인트는 30일 이후에 열리는 최고위원회의다. 방미 중인 홍준표 대표가 귀국한 직후 당규에 따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제명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 측 대결의 제 2라운드는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제명을 결정짓는 의원총회다. 현역 의원을 제명하려면 의총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때 집권당 주역으로서 권력을 쥐락펴락했던 실세들이 맥없이 정권을 넘겨준 것도 모자라, 초라한 밥상 놓고 드잡이하다가 쪽박마저 박살내기 십상인 한심한 풍경이다. 대한민국을 이만큼 지켜낸 것은 누가 뭐래도 보수정신이었고, 보수정치였다. 엄습해온 빙하기에 적응하지 못해 절멸한 어리석은 공룡들의 좁쌀 같은 허욕들이 가소롭기 짝이 없다. 누가 과연 `보수정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가. 하루빨리 판가름 내라. 창졸간에 형태도 없이 사라질 절대위기가 그대들 목전에 다다랐음을 부디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