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산업을 기반으로 지역발전을 모색해오던 경북 지역의 간절한 꿈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문 대통령은 22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에 대한 대통령 입장`을 통해 `신규 원전 건설계획 전면중단`과 `월성 1호기 가동중단 추진방침`을 발표했다. 공론화위의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의견을 받아들인 한편, 탈원전 정책은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동해안 지역 노후 원전 수명연장 및 신규원전 건설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1호기(2022년 11월 20일)는 폐로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됐다. 월성 1호기는 지난 2015년 30년의 수명을 다해 10년 수명연장이 허가돼 가동 중이다. 오는 2029년까지 수명이 만료되는 노후 원전 10기의 운명도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됐다.

울진 한울 1~2호기, 경주 월성 2~4호기, 고리 2~4호기 등이 대상이다. 가장 먼저 수명 만료일이 도래하는 원전은 고리2호기(2023년 8월)이다. 월성 1호기 가동이 중단되면 2022년까지 지원사업비 등 연간 세수 440억원이 줄어든다. 경주시가 월성 1호기 재가동 대가로 한수원으로부터 받는 지역발전 상생협력기금 1천310억원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영덕군은 천지원전 건설 특별지원금 380억원을 반환해야 할 입장이다.

동해안 신규원전 건설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 됐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 확정했던 정부의 원전 신규건설 계획은 모두 6기다. 한울원전 1, 2호기 대체원전으로 건설이 추진되던 울진의 신한울 3·4호기와 영덕 천지원전 1, 2호기, 아직 부지와 명칭이 정해지지 않은 2기 등이다.

그동안 거친 찬반 논란을 뚫고 열악하기 짝이 없는 지역경제를 어떻게든 일으켜 세우기 위해 기피시설인 원전메카를 구축해 그것을 기반으로 삼으려 했던 경북의 소망은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났다.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과 투자가 무위로 끝나게 됨으로써 엄청난 후폭풍과 부작용을 견뎌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속도에 관한 논란여지는 있을망정, 장기 목표로서 `탈원전`은 옳은 방향일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순응해 어렵사리 원전건설을 수용해온 경북 지역에 대한 정부의 신뢰할 만한 후속대책과 정치적 배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경북도는 제2원자력연구, 원전해체센터, 한·중·일 원자력안전협의체 등을 유치하고 연구실험시설을 갖춘다는 궁여지책을 내놓고 있다. 장구한 세월 헤아릴 수 없는 갈등과 고통을 감내해온 지역민들과 지자체의 희생을 정부가 끝내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가의 정책전환으로 미래가 암담해진 지역민들의 상실감을 채워줄 정부의 대안은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