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공론 대상은 사용후핵연료?… 원전업계 `가시밭길`

정부의 탈원전 강행 방침으로 생태계 붕괴 위기에 처했던 원전업계가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가 건설 재개로 결정이 나면서 에너지 전문가들은 안도했다.

한숨은 돌렸지만 근심은 깊어졌다.

정부가 `원전 축소·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골자로 한 기존 에너지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노후 원전 10기 조기 폐쇄와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등 원전을 둘러싼 각종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 공론화 대가 1천억, 재개는 어떻게?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재개로 공사 영구 중단으로 발생할 수 있었던 금전적·사회적 손실은 상당 부분 피하게 됐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 7월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으로 추산한 피해 금액은 1천억원에 달한다.

건설업체들은 건설 중단 기간에 현장 유지관리비, 공사 지연이자, 사업 관리를 위한 필수 인건비 등의 명목으로 추가 비용을 지출했다.

공사는 1~2개월 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공사 재개를 통보하면 원안위는 철근 부식이나 자재 변형 여부 등 안전성을 확인한다. 안전에 문제가 없어 공사를 재개해도 좋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다시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 절차는 빠르면 2주, 늦어도 4주 안에 끝나고 본공사는 한두 달 안에 다시 들어간다.

공사가 재개되면 두산중공업, 삼성물산, 한화건설 등 대형 업체와 협력업체 1천700여곳은 신고리 5·6호기가 준공되는 2022년까지 일감을 확보하게 된다.

□ 원전업계 수출 청신호

지난해 6월 착공한 신고리 5·6호기는 올해 5월말 기준 종합 공정률이 28.8%(시공 기준 11.3%)에 달했다. 하지만 탈원전 방침을 선언한 정부가 공사를 계속할지 시민참여단에 의견을 묻고 결정하겠다고 하면서 7월 23일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재개 결정으로 근로자 1만3천여명은 빠르면 24일부터 일터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원전업계는 원전 수출 가도에 다시 파란불이 켜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형 신형 원전 모델 APR 1400의 유럽 수출형 EU-APR의 표준 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 인증 본심사를 통과하면서 유럽 수출길도 열렸다.

신고리 5·6호기에 들어가는 APR 1400은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럽과 미국에서 잇따라 안전성 검사를 통과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이후 8년간 명맥이 끊겼던 원전 수출을 재건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다음 탈원전 정책 카드에 관심

위기는 넘겼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결정과 탈원전 정책은 별개”라고 선을 그으면서 노후 원전 조기 폐로 등 다양한 카드를 동원해 우회적 탈원전 정책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다음 쟁점으로 떠오르는 탈원전 정책 `카드`는 포화상태에 가까운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시설 건립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을 부각시켜 원전 축소 정당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 오는 2030년까지 노후 원전 10기 폐쇄와 관련해서도 이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신규 원전을 짓지 않기로 한다면 원전 관련업체의 수익구조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경북 울진과 경북 영덕에 지을 예정이었던 신한울원전 3·4호기와 천지원전 1·2호기 발주부터 불투명한 상황이다.

원전업계는 “탈원전을 추진하는 국가가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탈원전 정책은 중국과 러시아의 세계 원전 시장 장악을 부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탈원전 정책과는 별개로 원전의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원전을 짓는 나라들이 많은 만큼 수출 경쟁력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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