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우리 사회에는 가끔씩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절대로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어야 하는 일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것도 이제는 `가끔씩`이 아니라 제법 `흔하게` 발생하는 걸 보면, 우리 사회가 갈 데까지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너지곤 한다.

수개월 전, 지금은 구속되어 법정의 심판을 받고 있는 최여인의 따님께서 `돈도 실력이다`라고 일갈하였을 적에 우리는 모두 분노하였다. 그 생각은 정상적이고 공정하여야 할 대학입시의 관문을 `돈`으로 뚫고 나아간 일이 무엇이 잘못 되었느냐는 식으로 읽혀져서 국민들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였던 것이다. 오늘 대학을 다니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는 안 그래도 이 사회는 이미 `취업지옥`이다. 수백대 일의 경쟁은 이제 어디에나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으며, 실력을 닦은 끝에 사람 몫이라도 한번 해 보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그야말로 `낙타의 바늘귀` 같은 관문인 것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에게 전해지는 소식은 `빽도 실력이다`라는 것인가.

강원랜드와 우리은행. 듣기만 해도 취업준비생들에게는 그럴듯한 이름이 아니었던가. 꿈의 직장까지는 몰라도 이들 업체들이 사람을 뽑는다고 하면 아마도 젊은이들이 구름같이 모였을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들이 가려 뽑았다는 신입직원들을 다시 살펴보니 누군가 힘이나 돈이 있는 사람들이 청탁한 결과라는 것이 아닌가. 우리 젊은이들은 해도 해도 펼쳐지지 않는 `취업의 꿈`에 시달리며 날밤을 새운다. 이들 청년들은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들이 쌓은 실력은 도무지 무엇이란 말인가. 이 사회는 이 일을 놓고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그렇게 뽑혀 비교적 쉽게 일자리를 잡았을 그 청년들에게 한번 물어 보기로 하자. 지금도 당신은 그 자리에서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가. 당신들 탓에 기회를 빼앗긴 수많은 다른 청년들에게 과연 당신은 `빽도 실력이다`라고 우겨댈 작정인가. 당신의 배경이 얼마나 멋진 것이었든, 그것이 정말로 당신 자신이 갈고닦은 결과인가. 이를 당신의 실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당신과 당신을 도와준 그 분은 이제도 당신들이 저지른 일이 정당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평생, 당신이 빼앗아간 그 누구의 소중한 꿈을 무거운 짐으로 여기며 살아야 할 터이다.

이 소식을 접한 전국의 취업준비생 여러분에게도 한마디 건네기로 하자. 저들이 저렇듯 불의와 부정의로 이 사회를 멍들이고 있는 동안, 미안하지만 당신은 그래도 `실력`을 쌓아가도록 하자. 옳지 않은 일과 부도덕한 소위는 반드시 드러나 평가받게 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이 사회가 조금씩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결국 이념의 문제라기 보다는 상식의 문제였다는 것이 밝혀질 수 있도록 당신은 오늘 당신의 진짜 `실력`을 길러 내기로 하자. 나아가는 길이 험할수록 그 끝에 얻어낼 열매에서 느낄 행복과 환희가 눈부실 것임을 믿기로 하자.

이 일을 들추어내 알려준 이들의 노력에도 감사하지만, 이런 일은 드러내는 것으로만 그쳐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그저 놓아두었으면 이 사회에 끝없는 해악을 끼쳤을 이 정도 문제에는 시민들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어두운 소식에 무너지는 마음이지만, 오히려 다짐을 새롭게 하여 굽은 것을 바로 세우는 수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문제를 지적하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면목없다`고 답할 일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고쳐갈 것인지 반듯하게 고민하는 당신이 되었으면 한다.

내일을 열심히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시스템을 제공하는 이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들 젊은이들이 그 다음 백년을 또 준비할 것이므로. 취업준비생 여러분, 그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