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후 기

쉴 새 없이 애자의 몸을 핥고 지나갔네

철조망에 매달린 물방울이 보이네

전선을 타고 흐른 애자의 눈물이 보이네

고통은 길지만 지나가는 것이고

생(生)은

애자의 몸을 시커멓게 더럽히며 사라진

찰나의 스파크 같은 것이라네

깨진 애자의 젖은 몸이 길 위에 뒹굴고

미제 험비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불에 그을린 애자의 몸을 밟고 지나갔네

이 시에 나오는 애자는 미군 주둔지에 있는 기지촌 접대부를 일컫는다. 지독한 가난과 외세에 의해 짓밟히고 있는 이 땅 자본주의적 현실이 극명하게 드러난 가슴 아픈 시다. 깨지고 그을린 애자는 궁핍한 현실을 건너기 위해 기지촌에서 짓밟히며 살아가는 여성의 몸과 가슴에 난 균열이고 상처다. 짓밟히고 짓이겨진 그녀의 치욕적인 고통의 시간들 위로 다시 미군의 차량인 험비가 지나가는 가슴 아픈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시인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