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알려주는 건강 Tip
망막전막

▲ 이기일 원장 좋은의사들 안과

`백세시대`가 도래하면서 안과 정기검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역 곳곳에 첨단 안과검사 장비 보급력까지 높아지면서 숨어 있는 안구(眼球) 내 질환들도 조기 발견되고 있다.

안과의원에서 간단히 세극등(slit lamp) 검사로 발견할 수 있는 백내장, 결막염 등 전안부(anterior ocular segment) 질환 외에도 최근 정밀검진으로 진단율이 높아진 질환을 꼽으라면 단연 `망막전막(網膜前膜, epiretinal membrane)`을 들 수가 있다.

망막이란 카메라의 필름과도 같은 신경 조직으로 각막과 수정체를 통과한 빛 자극을 전기신호로 바꿔 뇌로 신호를 보내는 기능을 한다. 망막조직 앞에 말 그대로 비정상적인 섬유성 막이 증식한 것이 `망막전막`으로 망막을 변형시켜 빛의 초점을 맺는 것을 방해하는 질환이다.

발생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소위 비문증(눈앞에 먼지가 떠다니는 듯 보이는 증상)의 주요한 원인이 되는 `후유리체박리(posterior vitreous detachment)`라는 노화현상과 관련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환자 가운데 노년층 유병률이 25%에 육박하는 비교적 흔한 질병으로 연령에 따라 빈도가 증가한다. 특히 50세 이상에서 발병률이 높은데 눈 수술이나 외상, 눈의 염증 질환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병이 진행되면 자각 증상이 나타난다. 시력이 떨어지거나 시야가 흐리게 보일 수 있고, 물체가 휘어져 보이는 변형시(metamorphopsia)도 발생할 수 있다.

망막전막은 안과에서 안저검사나 빛간섭단층촬영(OCT)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진단되더라도 급히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증상의 정도에 따라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빛간섭단층촬영의 경우 망막의 변형이나 이로 인한 황반부 망막두께를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정확도로 측정할 수 있어 진단뿐만 아니라 망막전막의 진행 정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아직까지 망막전막을 치료하는 특효 약물은 없지만 적절한 시기가 되면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력이 이유없이 0.5 미만으로 떨어지거나 사물이 휘어 보이는 변형시가 심해져 불편을 느낄 때 수술을 결정한다.

만약 망막전막으로 인해 망막 중심부의 구조적인 변형이 심해지면 황반 시세포 손상으로 인한 비가역적인 손상을 유발한다. 이에 최근에는 망막전막을 벗겨 제거하는 유리체 절제술 및 망막전막 제거술을 시행하고 있다.

눈을 채우고 있는 점액성의 지지 조직인 유리체(vitreous body)를 제거한 후 미세한 집게인 포셉(forcep)으로 망막전막을 조심스럽게 벗겨 내는 비교적 큰 수술로 대개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백내장 수술이나 굴절 수술과는 달리 수술 후에도 병이 생기기 전의 정상 시력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시력이 회복되는 데 3개월가량 소요된다. 유리체 절제술로 인해 이차적으로 백내장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백내장 수술과 병행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망막수술을 하기 위해 며칠간 입원 치료가 필요하거나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수술 시 결막을 많이 절개해 수술 후 회복기간이 길어 환자들에게 여러모로 불편했다.

최근엔 국소마취 상태에서 결막을 열지 않고 주삿바늘보다 얇은 유리체 절제기구(25 gauge)를 이용해 수술하므로 통증이 거의 없고 봉합도 필요 없어 수술 후 회복까지 빨라졌다. 당일수술이 가능하기도 하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신체의 중요한 장기인 눈은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미국안과학회는 40세부터 2년마다, 65세부터는 매년 안과 정밀검진을 받도록 권하고 있다. 무관심 속에 숨어 있을 수 있는 안질환을 조기 발견해 더 밝은 백세시대를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