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 봉 수

남자들은 불현듯 소년들이 되어

귀뚜라미 걸음으로 단풍 찾아가고

여자들은 새삼스레 단발머리 만들어

파도소리 그리워라 바다로들 갔다

텅 빈 거리…. 나는

낙엽처럼 떨어져 천막농성 한창인

해고자들 만나러 공단으로 간다 야호!

한 생을 노동현장에서 노동운동을 하며 뜨겁게 살았던 노동시인 육봉수를 기억한다. 그는 몇 해 전 아쉽게도 우리 곁을 떠났다. 포항의 노동현장에서 싸우며 글을 써온 시인은 구미로 옮겨가서 열악한 노동자 삶의 향상을 위해 싸우다 떠났다. 그의 심지는 굳고 그의 행동은 단호했다. 이 시에서도 그것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모두들 단풍놀이를 떠나는데 해고자의 천막농성장으로 떠나는 시인의 투철하고 강단진 투쟁의식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