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불교 등 180여명
미얀마대사관 앞서 기자회견

▲ 최근 서울 용산구 미얀마대사관 앞에서는 로힝야족의 인권 보호를 촉구하는 종교인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연합뉴스

탄압받는 소수민족에 대한 사랑과 연민, 긍휼과 자비에는 교단이 따로 없었다.

가톨릭·불교·기독교·원불교 등 한국의 종교인 180여 명은 최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존엄하고 귀한 것”이라며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을 향한 적대적 행위를 즉각 멈추라”고 촉구했다.

한국의 4대 종교인들이 연대해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 탄압 행위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또 “로힝야족 난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을 허락하고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미얀마 정부가 나서야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8월. 미얀마의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의 거주지인 라카인에서 무장한 로힝야족과 정부군의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이후 미얀마 당국은 “로힝야족 무장세력이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며 무자비한 진압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45만 명의 난민이 발생됐고, 많은 수의 로힝야족 아이들과 노인들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다.

4대 종교인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로힝야족에게만 돌리며,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에 눈감고 있는 미얀마 정부는 자성해야 한다”며 “미얀마 군부의 최고 지휘관의 `로힝야족은 불법 이민자들이고, 테러의 배후`라는 주장은 사태를 더욱 악화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대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 민간인에 대한 인권유린까지 부르고 있다는 해석인 것이다.

미얀마 내 로힝야족 탄압 사태에 대한 한국 종교인들은 입장은 “불행한 이번 폭력사태가 종교간의 갈등은 아니다”라는 것. 현재 미얀마에선 무슬림에 대한 불신과 조롱이 급속도로 번져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선 아시아 전역의 종교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이유에서 4대 종교인들은 “로힝야족 사태는 종교 갈등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야기된 것이다. 세상 어떤 종교도 죄 없는 민간인에 대한 폭력이 정당하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덧붙여 이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은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차별받아서는 결코 안 된다”면서 “로힝야족의 종교가 무엇이고 그들의 출신 성분이 어떠한가에 관계없이 인간의 생명은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로힝야족이 겪고 있는 고통과 불행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오늘. 국제사회의 비판에 미얀마 정부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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