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나뭇가지의 무거움을 덜어주기라도 하듯 잎들이 일제히 이륙을 시작했다.

지금 나뭇잎들의 모습을 보면 늘 생각나는 시가 있다. 이 시는 다른 어떤 것보다 필자에게 가을을 제일 먼저 말해준다. 바로 이형기 시인의 `낙화`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중략) 나의 사랑, 나의 결별 / 샘터에 물고이듯 성숙하는 / 내 영혼의 슬픈 눈”

이 시를 아는 사람들은 `계절이 다른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그런데 필자는 피고 지는 이치를 생각하면 꽃이나 잎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요즘 나무가 있는 거리마다 욕심을 놓은 잎들로 가득하다. 바람이 지날 때면 그들의 합창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절대 자신의 것을 놓으려고 하지 않는 인간들에겐 낙엽의 합창이 절대 들리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자신의 앞모습만 보이려고 애쓰는 인간들은 `때`를 모른다. 때를 모르는 인간들에게는 철이 없다. 그래서인지 인간 세상은 시끄럽다. 그 시끄러움은 인간 세상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그 오염에 인간 사회를 지탱하고 있던 시소가 무너지고 말았다. 무엇이든 균형이 깨지면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극도로 혼란스러운 건 바로 균형, 즉 시소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하게 균형이 무너진 곳은 정치다. 얼마 전 지인이 필자에게 현 정부의 모습을 한 마디로 표현할 단어가 없느냐고 물었다. 필자는 주저하지 않고 기고만장(氣高萬丈)을 이야기했다. 정말 지금 정부의 모습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폭주 기관차 같다. 그 기차가 향하는 곳은 과거다. 과거로 돌진하는 폭주 기관차에 지금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가 무너지고 있다. 분명 현 정부는 적폐(積弊)를 청산하겠다고 했고, 가장 대표적인 적폐로 갑질을 꼽았다. 그런데 그 정부가 새로운 갑이 되고 있다. 조금만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조사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현 정부의 갑질은 자신의 식구들에게도 가해지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하고 국민들이 싫증나도록 본 모습이 있다. 그것은 넥타이를 풀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청와대의 모습이었다. 언론들은 청와대가 격식을 파괴했다고, 그 모습은 지금까지는 보지 못한 모습이라고 흥분해 보도했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참모들의 당연한 의무입니다.”라는 대통령의 말을 가감 없이 내보냈다. 국민들은 그 모습에 열광했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자유토론을 말하던 청와대가 최근 민낯을 제대로 드러냈다. 청와대는 얼마 전 소신 발언한 장관에게 공개적으로 경고를 보냈다. 그냥 경고가 아니고 엄중 경고를! 그 경고가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소신 발언한 장관은, 그것도 가장 힘이 있어야 할 국방부 장관은 금방 반성문을 썼다.

필자는 학생들과 함께 본교의 특성화 교과인 산지여정 수업을 위해 전라도 구례와 신안을 돌고 있다. 산지여정은 학생들이 자신들이 먹는 먹거리 생산지를 직접 방문해 먹거리 생산 전 과정을 체험해 보는 수업이다. 이번 산지여정 수업의 먹거리 주제는 밀과 소금이다. 우리 밀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 학생들은 구례에서 우리 밀 살리기 대표로부터 특강을 들었다. 그 특강 내용은 이 나라 시소를 무너뜨리고 기고만장해 있는 현 정부에 오히려 맞는 내용이었다.

“너무 귀를 닫고 살고 있어. 현장의 소리는 전혀 안 들어. 우리 농민들이 다 죽어간다고 아무리 말 해도 도대체 듣지를 않아.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벌써 다 잊어버린 것 같아!”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이 사회 시소가 하루빨리 복원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