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포항 구도심을 살리자 ⑴ 공동화 실태

▲ 소위 포항의 대표적인 `시내`로 불리며 인파로 북적이던 중앙상가가 시청사 이전 이후 급격히 몰락하면서 회복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25일 시민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면서 곳곳에 빈 상점이 즐비한 실정이다. <br /><br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 소위 포항의 대표적인 `시내`로 불리며 인파로 북적이던 중앙상가가 시청사 이전 이후 급격히 몰락하면서 회복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25일 시민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면서 곳곳에 빈 상점이 즐비한 실정이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문재인 정부가 매년 10조원씩 들여 5년간 추진할 도심재생사업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신호탄이 올랐다. 천문학적 규모가 될 도심재생 사업을 두고 국토교통부가 최근 정부 세종청사에서 종합설명회를 가진데 이어 각 지자체를 돌며 지역별 설명회를 갖고 있다. 70개 안팎으로 추진될 사업 중 지역주민의 생활에 밀접한 소규모 사업 45개를 16개 광역자치단체에 배분키로 하는 등 사업추진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중·대규모 사업은 사업추진 필요성이 얼마나 절박하고 호소력을 갖느냐에 따라 추가 선정 여부가 달려 있는 상황이다. 경북매일은 포항 구도심이 도심재생의 첫 순위에 올라야 한다고 보고, 시청 이전 이후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보이며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포항 구도심의 실태를 시리즈로 점검해 본다.

포항인들 삶과 함께해온
최대 번화가 수십년 명성
2006년 시청 떠나며 쇠락
한 집 건너 빈집 `흉물화`
불야성 불종로는 더 심각

市 추진 정책도 소통 미흡
상인 불신으로 성과 못 내
재생사업 특단 대책 절실

“시내서 보자. 장소는 우체국 앞”

20년 전만 하더라도 포항시민 대부분은 약속 장소를 이렇게 정했다. 휴대전화도 보급되지 않은 시절 중앙상가 외에는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다는 이유가 컸지만, 뭘 먹든 즐기든 구입하든 `무엇인가`를 하기에는 여기만한 곳이 없었다. 당시 평일 중앙상가는 시청 등 관공서 직원과 일반 시민들로 붐볐다. 식사시간 전후로는 발디딜 틈이 없었다. 바로 옆 죽도시장에 장을 보러온 주부들이나 장년층, 외지 방문객들 역시 꼭 들렀다. 주말이면 영화를 보고 옷을 사는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포항시민 대다수가 이곳에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옛 포항역을 기점으로 육거리까지 채 1㎞가 되지 않는 거리가 수십년간 포항을 대표하는 도심으로 불리며 인근 죽도시장과 함께 활기를 띠었다.

중앙상가가 언제부터 형성됐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다. 포항시사에 따르면 1951년 내무부령 제110호에 의거 최초 결정고시 된 포항도시계획 2011(38.04㎢)과, 1984년 4월 28일 건설부에 의해 최초 승인된 포항도시기본계획(202.77㎢)의 시행에 의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춘 것으로 짐작된다. 포항 도심의 윤곽은 이러한 법적인 바탕 아래 구도심의 주요 지점인 오거리, 육거리,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주요 도로축들이 건설되면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시내`로 불리며 번성했던 중앙상가는 2006년 말 포항시청사가 남구 대잠동으로 옮겨가며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 대형상가와 마트도 지역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빠사`(파리바게트사거리) 혹은 `쌍사`(쌍용사거리)로 불리는 상대동 일원과 영일대해수욕장, 양덕동, 이동, 문덕 등 곳곳으로 도시확장(Sprawling 현상)이 이뤄지면서 생긴 새로운 상가밀집구역이 손님을 앗아갔다.

그 결과 현재 중앙상가 육거리 인근 아웃도어거리는 한집 건너 빈집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한산하다. 옛 포항역사에서 북포항우체국까지의 구간만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불종로는 더욱 심각하다. 음주를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몰리며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뤘던 이곳은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 다음에야 굳이 찾을 이유가 없는 곳이 됐다. 쇠퇴한 상권은 점점 되살리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방치된 낡은 상가들이 도시의 미관마저 해치고 있다. 자칫 우범지역으로 전락했다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을 지경에 이르고 있다.

낡은 건물을 재건축하거나 수리해도 분양 또는 임대될 가능성이 낮다보니 뒷골목 대지는 주로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을 정도다.

포항시는 2015년 초에야 도시재생과를 신설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며 구도심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시는 구도심을 중심축으로 포항운하, 죽도시장 등 주요 관광자원을 연계하는 경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원도심 가로경관 개선사업`으로 불리는 이 사업은 북구 중앙동과 죽도동 일원을 대상으로 △육거리 가로경관개선(630m) △도심 보행 네트워크 조성 △불종로 복원사업 등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업무·상업시설 및 공원 등을 배치해 상징성 있는 도심지 랜드마크 장소로 조성하는 목표를 가지고 `구포항역 복합개발사업` 등을 펼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구 도심을 살리려는 포항시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인구가 줄어들고 상권 자체가 이동한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중앙상가의 쇠퇴는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상인들의 도심 재생에 대한 의견은 백가쟁명식이다. 도심재생 자체가 큰 틀에 대한 방향만 제시해야지 인위적으로 한다고 해서 성과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즉, 상인 대부분의 의견은 포항시의 계획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 아웃도어의 인기가 한 물간 상황에 포항시가 추진한 아웃도어 거리도 함께 몰락했고, 중앙상가 일대에 지정된 사후면세점(Tax Free)은 외국인은 커녕 내국인도 외면하는 상황이다. 포항시의 구도심 재생 정책에 대한 신뢰성 자체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산한 아웃도어 거리에 차량통행을 허용해 접근성을 높이거나 늦은 시간에는 야시장을 만들어 다양한 먹거리를 선보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양성을 충족시켜야만 중앙상가만의 특색을 갖출 수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1965년부터 2대째 중앙상가에서 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한재희(47)씨는 “중앙상가가 위치상으로 포항시가 그린웨이를 만들어가는 중간지점 역할을 해야 하며, 중앙초등 학교 부지에 랜드마크가 될만한 건물이 들어서야 근본적인 도심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육거리에 원형 육교 구조물도 만들어 자연스럽게 죽도시장, 송도, 영일대, 중앙상가가 이어지는 형태로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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