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바로 기원전 1천700년경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법 원리이다. 바빌로니아 제6대 왕인 함무라비는 함무라비 법전을 제정해 법치주의에 의한 중앙집권체제를 강화했다. 이 법전은 최초의 성문법으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同害) 복수법에 기초한 형벌법이 들어 있다. 이 법전은 20세기 초 프랑스 학자 드 모르갱에 의해 서부 이란의 페르시아 만 수사에서 발견돼 지금은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함무라비 법전의 내용을 살펴보면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다소 섬뜩하다. 우선 전 282조 중 제196조에는 `만일 사람이 평민의 눈을 상하게 했을 때는 그 사람의 눈도 상해져야 한다`, 제200조에는 `만일 사람이 평민의 이를 상하게 했을 때는 그 사람의 이도 상해져야 한다`고 돼 있다. 한 마디로 이 법전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복수법에 기초한 형벌법으로서, 타인의 눈을 상하게 한 사람은 자기 눈도 상해져야 하고, 부모를 구타한 아들은 그 손목이 잘려져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당시의 사회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 복수법의 관념이 보편적이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유엔총회에서 미사일도발과 핵실험을 일삼고 있는 북한을 가리켜 `북한 완전 파괴`, `그들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며 대북 위협 발언을 쏟아냈다.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을 가리켜서는 `미치광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지난 23일 유엔본부 기조연설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를 겨냥, `악마 대통령`, `거짓말 대왕` 등으로 비하했다. 리 외무상은 이어 “트럼프는 망언으로 취임 8개월 만에 백악관을 수판알 소리 요란한 장마당으로 만들어놓고 유엔무대까지 돈과 칼부림밖에 모르는 깡패들의 난무장으로 만들려 했다”며 맹비난했다. 독설가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말폭탄을 던졌다가 도리어 카운터펀치를 맞은 모양새다. 한마디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이다. 어쨌거나 그 바람에 가슴졸이는 것은 대한민국의 선량한 국민들이다. 북한과 미국의 막말 공방 격화가 한반도에 드리운 전쟁의 그림자를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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