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수<br /><br />전 포스텍 교수·경제학
▲ 서의수 전 포스텍 교수·경제학

다음 주에 두 가지 축제와 축하가 벌어진다.

한국인들은 자연의 은혜와 피땀 흘린 첫 결실을 조상께 감사하며 바치는 축제 중의 축제인 추석을 보낸다.

세계는 2017년 노벨상을 발표한다. 수십 년 피땀 흘려 이룬 연구 업적들을 축하하는 축하 중의 축하다.

필자는 2010년부터 7년 간 한국에서 역사의 흐름을 바꿀만한 거대한 정책 구호와 관심이 2년마다 급회전한 국가적 구호들의 공통점들과 그 결실들을 생각해본다.

첫째, 한국에서는 주로 정부가 연구 개발 사업을 주도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실전 경험도 계획도 없었던 기업, 학교, 연구 단체들이 자금을 정부에서 받으려고 유행하는 구호에 맞게 꾸민 안을 제출하고 정부에서 돈이 나오면 그제야 소유의식이 결여된 과제를 수행하기 시작한다. 이같은 문화는 진정한 창의, 혁신가들의 접근 방식과 전혀 앞뒤가 다르다. 그들은 소비자들도 생각지 못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연구개발을 위한 협업망을 밑바닥에서부터 구축하고, 실험중인 제품을 민간 벤처에 들고 찾아가 검증을 거쳐 투자받아 혁신적인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소리없이 자력으로 구호대신 행동과 결실물을 가지고 `4차 산업혁명`을 밀고 나아간다.

둘째, 연구개발 자원문제다. 먼저 돈이 있어야 하고, 돈이 생기면 보통 넓고 화려한 공간부터 차린다. 사람도 경험도 없이 화려한 공간부터 차리는 문화의식이 문제다. 몇년 전 유명 대학이 지방 정부의 특혜조건을 받아 혁신연구소를 신설했다는 소식을 듣고 원장을 찾아갔더니, 원장실이 운동장같이 거대하고 고급 가구들로 가득했다. 비서실도 따로 차려져 있었다. 이러한 문화의식은 창의적인 혁신가들과 우선 순위가 전혀 다르다. 그들은 차고, 침실, 기숙사 등 비좁고 초라한 곳에서 겸허하게 출발한다. 그들은 돈을 쥐고 혁신적인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 그들의 자원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명감이다.

셋째, 한국인의 홍보 활동은 투입되는 자원을 내세우지만 그 구체적인 성과는 빈약하거나 부재하다. 한국인들은 `얼만큼 부어 넣었느냐`가 결과를 정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모양이다. 순수 자연계와 달리 결실과 생산성이 인간 사회의 업적을 측량하는 요소가 돼야 한다. 성공적인 창의, 혁신가들의 홍보물은 업적과 결실물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우리는 정부 돈 받아 일을 진행하므로, 돈이 끊어지면 과제도 중단되는 일이 빈번하다. 그동안의 정부자원 투입으로 개개인의 배는 채웠으나, 거품 꺼지듯 사회적 낭비로 끝난다. 연구 개발에 OECD 국가 중 최상 수준인 GDP의 4% 이상을 퍼붓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연구 개발에는 그 일부만 투입되는 셈이다.

정부 주도하에 전국에 10여 개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화려하게 세워졌으나 공간을 채우느라 고심하는 것을 필자는 보았다. 내 아이디어, 내 손으로, 내 피땀 흘리지 않고 정부에 의존하고 돈부터 챙기고 공간부터 세우니, 시작 전부터 결과를 짐작할 수 있다. 결국은 낭비만 `창조`하고 만다.

어느 교수는 `서로 알지도 못하는 교수 둘이서 일단 융합과제를 제출하고, 연구는 각자 따로하고, 보고서 쓸 때만 얼굴보는 식`이라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다른 교수는 `그러한 현상을 일반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고 비관했다.

융합은 세가지 형태를 지닐 수 있다. 자연과학 내에서, 인문사회학 내에서, 또 이들 두 학문 사이에서 융합이 이뤄진다.

한국에서 융합에 관심, 열정, 또는 경험있는 인재는 가뭄에 콩나듯 찾기 어렵다.

미국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을 듣는 것은 쉽지 않지만 기술용어인 `인공지능`은 일상 속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다.

우리도 요란히 장구치고 나팔 불지 않으면서도 실질적 활동으로 혁신과 융합, `4차 산업혁명`을 우리 힘으로 스스로 이뤄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