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는 `가을편지`란 제목의 시에서 가을을 이렇게 노래했다. “사람 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이라고. 또 `가을 노래`란 그녀의 또 다른 시에서는 가을에 대한 감정을 “하늘은 높아가고 마음은 깊어가네”라고 표현했다. 시인들은 가을과 마음을 매우 밀접한 관계로 본다. 가을을 노래한 시인들의 글 속에 마음은 어떤 형태로든 표현되어야 할 필수품이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왔다. “가을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는 가을이 좋은 계절일 때 흔히 쓰는 말이다. 가을이 모두에게 좋고 아름답고 빛나는 계절이기에 시인들도 사람의 마음을 가을 속에 꼭 집어넣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천고마비는 유래를 살펴보면 좋은 계절이라는 의미보다 경계의 뜻이 담겨있다. 본래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의미다. 중국 고대에는 추고마비(秋高馬肥)라 불렀다 한다. 가을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은 지금과 같다. 가을에는 흉노족이 날뛰니 경계를 하자는 말이다. 중국은 옛날부터 북방 유목민족인 흉노족의 약탈로 골머리를 앓았다. 흉노족은 긴 겨울을 앞두고 북쪽변방에 자주 나타나 그곳 중국인을 상대로 약탈을 일삼았다. 약탈한 농산물은 그들의 긴 겨울 양식이었다. 고대 중국 군왕들이 북쪽변경에다 장성을 쌓은 것도 흉노족 침입에 대비한 조치였다. “추고마비의 계절이 오면 언제 흉노족이 침입할지 몰라 모두 전전긍긍 한다”는 말이 천고마비의 유래가 된 것이다.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 왔다. 가을은 천문학적으로 추분(9월 23일)부터 동지(12월 21일)까지다. 기상학에서는 보통 9월부터 11월에 해당하는 날이다. 가을은 아직은 무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듯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이 여름에 지친 우리에게 생기를 불어 넣어준다. 10월부터 물들기 시작하는 알록달록 단풍잎은 사람을 감성의 바다로 유인한다. 설렘의 가을을 맞아 마음의 양식을 찾아보는 일도 좋아 보인다. 책속의 주인공을 찾아 문학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고 책속에서 일상의 나를 만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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