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름만 들어도 참 아프다. 목적이 너무도 분명해서, 또 그 목적이 다른 것도 아니고 죽음이라서. 득도한 성인이라도 이런 상황을 맞이한다면 마음이 몹시 심하게 흔들릴 것이다. 왜냐하면 죽음은 곧 두려움이기에. 종교, 철학, 문학 등 많은 분야에서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죽음 앞에서 초연할 수 있는 그 어떤 방법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죽음을 향해 의연히 뛰어내리는 주인공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바로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이겐스 호`이다. 20여 년 간 토성 탐사라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연료가 다되어 최후의 운명을 맞이한 카시니 호! 그 동안 토성 연구를 위한 귀중한 자료를 어렵게 수집해 지구로 전송해 준 것만으로도 카시니 호는 인류로부터 큰 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탐사선이 더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마지막 임무 때문이다. 카시니 호에 주어진 마지막 임무는 죽음의 다이빙이다. 카시니 호는 혹여 있을지 모를 토성의 오염을 막기 위해 대기권으로 장렬히 다이빙을 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라는 임무를 받고 2017년 9월 15일 수행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일이기에 그 가치는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다. 그런데 같은 단어도 상황과 쓰임에 따라 의미가 확연히 달라진다. 죽음의 다이빙 또한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죽음을 향해 무모한 다이빙을 하는 국가는 물론이고 단체,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공통점은 무한 집단 이기주의와 고집(固執)이다. 그들에겐 귀가 없다. 그리고 눈도 하나만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말을 절대 듣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본다. 그들에겐 오로지 자신들만의 야망을 채우기 위한 탐욕심(貪慾心)뿐이다. 뉴스는 불나방이 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북쪽의 모습을 연일 보여 주고 있다. 우리나라 특성상 전문가들이 설치기 시작하면 되는 일도 안 되는데, 뉴스들마다 미사일 전문가, 대북 전문가 등을 초청해 시끄럽게 떠들어 대고 있다. 전문가들의 역할은 문제 분석에서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것일텐데 우리나라 전문가들은 문제를 더 꼬이게만 한다. 북쪽이 더 설치는 것은 어쩌면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놀아나는 우리나라 전문가들의 모습에서 묘한 재미를 느껴서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북쪽이 하는 미사일 놀이는 분명 “죽음의 다이빙”의 다른 모습이며, 주변 열강들에게 군사력강화라는 좋은 빌미만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북쪽 뿐만 아니라 남쪽에서도 “죽음의 다이빙” 놀이가 한창이다. 북쪽이 태평양을 향해 죽음의 다이빙을 하고 있다면, 남쪽은 과거를 향한 죽음의 다이빙을 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맹목적(盲目的)이라는 것과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에서 하는 과거 관련 수사를 사람들은 퍼즐 수사라고 한다. 퍼즐은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다. 흐트러진 조각들을 결론대로 끼워 맞추면 된다. 지금 정부가 하는 퍼즐 수사의 결론은 과거는 모두 적폐(積弊)이고, 그것은 모두 청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웃기는 건 과거도 다 같은 과거가 아니라는 것! 자신들이 야당이었을 때의 과거만이 적폐라고 하니 웃기는 일도 이렇게 웃기는 일이 또 있을까. 세계가 적폐국가로 주목한 나라에는 인도적 지원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것은 다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정부를 과연 우리는 믿어야 할까? 많은 국민들은 현 정부만큼은 퍼즐 수사라는 정치 수사의 고리를 끊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오히려 더 추한 악의 굴레를 만들고 있는 정부의 퍼즐 수사를 보고 크게 실망하고 있다.

제발 과거로의 퇴행은 이제 그만두고 “죽음의 다이빙”을 하는 각오로 미래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힘을 모으면 어떨까! 아니 모아야 한다. 그래야만이 중국의 말도 안 되는 횡포로 우리 기업들이 엄청난 손해를 보며 중국에서 철수하는 일 따윈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