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피해자도 있어

대구에서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고 있던 A씨(52)는 지난해 5월, 한 인터넷 카페에서 연하남 B씨(46)를 알게됐다.

자신을 재력가라고 소개한 B씨는 포항에 살고 있었다. 온라인에서 자신에게 끊임없는 관심을 보이던 B씨의 행동은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A씨에게 달콤하게 다가왔다.

인터넷과 휴대폰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던 두 남녀는 이후 포항과 대구 등지에서 수차례 만났다. B씨는 변변한 직업도, 재산도 없었지만 A씨는 그의 화려한 언변에 현혹돼 실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 몇 번의 만남 이후 B씨는 A씨에게 집을 얻어서 같이 살자고 제안했다. A씨는 당연히 동의했다. `장밋빛 인생`을 꿈꾸며 집값과 TV, 소파 등 가전제품은 모두 A씨가 구매했다. 외도를 눈치 챈 남편에게 이혼까지 당했지만, A씨에게 B씨는 여전히 돈 많은 연하남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동거를 시작한 뒤, B씨가 돌변했다. 매일 폭행과 폭언이 이어졌다. 주먹질과 발길질에 하루라도 멍이 성한 날이 없었다. 함께 지낸 5개월 동안 연일 악몽이 계속됐다.

견디다 못한 A씨가 헤어지자고 말했다. 그러나 B씨의 폭력이 더 강해졌다. 몰래 찍은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에도 시달렸다. 재산포기각서를 쓰라는 강압을 들어주고 나서야 B씨의 마수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포항남부경찰서는 12일 강도 상해 등의 혐의로 B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5월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게 된 A씨와 동거하면서 폭행과 협박 등을 일삼으며 2천300만원 상당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지난 4월 새로 만난 동거녀 C씨(48)에게도 폭행·협박과 함께 현금 등 2천350만원을 빼앗는 등 상습적으로 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B씨를 상대로 피해 여성이 더 있을 것을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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