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장식이며 음악이 독특한 분위기를 주니, 뭔가 다른 점이 있는 것이다. 마침, 숲 사이를 저공 비행하는 바람소리에 정신을 차리니, 봄나들이에 길 헤매는 졸졸 물소리가 계곡 건너편에서 속살거린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4,500원 짜리 맑은 공기-천연산소를 마시는 값! 주차장에서 대웅전까지 걸어가란 뜻은 그냥 차 타고 올라가면 폐부 깊숙이 맑은 공기를 넣지 못하니 비싼 값을 낸 만큼 숨을 헐떡거리며 걸어야 비로써 맑은 공기를 듬뿍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볼거리가 없음은 인공적으로 가꾸지 않고 계곡과 숲과 개울물, 자연 그대로를 즐길 수 있도록 함이며, 중생으로 살아가는 속세의 고통을 자연에 맡기고 잠시 쉬어가란 뜻이 아니던가! 공기만 해도 그렇다. 도시에서 공짜로 마시는 공기는 맛이 없다. 도심의 공기와 숲을 걸으면서 마시는 공기는 질이 다르다. 그러니 입장료가 어찌 아까울까? 오히려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앞으로는 사찰뿐 만 아니라 입장할 가치가 있는 장소에 갈 땐 아깝게 생각지 말고 반드시 입장료를 내고, 또 그만한 가치를 누려야겠다. 세속에 찌든 고리타분한 생각들은 모두 숲 사이 흐르는 바람에게 맡기고, 푸른 그늘 아래로 홀가분하게 미소지으며 걸었다. 세상 모든 걱정일랑 흐르는 냇물에 씻어 조약돌탑 쌓아 올리고, 번민과 욕심일랑 다람쥐에게 던지고, 마음껏 환하게 웃어 보았다. 봄과 함께 노닐었다. 탑을 돌아가는 산새들 따라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문득 아내의 옷에서 봄이 후두둑 떨어진다. 푸르름에 튀긴 자연산 공기와 그보다 더 맑은 아내의 무공해 미소가 담긴 감로수에 떨어진 봄을 담아 마셨다. 오늘은 입장료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다.
<수필가 김종철 약력>
1955년 성주생
1996년 ‘문예한국’ 여름호
시집 ‘선생님도 혼자 있을 땐 운다’
현재 포항제철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