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희
나영이가 빨간 가방을 메고 학교에서 돌아왔습니다.

"엄마,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가방을 던져놓고 어항으로 먼저 달려왔습니다.

"안녕? 잘 지냈지? 새로 온 친구들 이름을 지어주어야지. 어, 너는 왜 수초 속에 숨어있니?"

"……."

주황이는 나영이를 보니까 더욱 슬퍼졌습니다. 나가고 싶지만 다른 금붕어들이 또 괴롭힐까봐 겁이 났습니다.

"네 이름은 음…주황이로 하자. 온 몸이 주황색으로 덮여 있네. 어떠니?"

'어쩜 나영이는 지금껏 내가 불리던 이름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주황이는 기분이 조금 풀어졌습니다. 그래서 살그머니 수초 속에서 빠져 나와 나영이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고마워, 내 이름은 주황이. 뻐끔뻐끔."

"그리고 어, 넌 알록이하고 좀 닮았네. 알록이와 비슷한 달록이. 어때?"

아니 알록달록 예쁜 옷을 입은 금붕어의 이름도 알록이였던 것입니다. 순간 주황이와 같이 온 알록이는 새치름해집니다.

잘 지내는 것 같더니 아직도 이름을 몰랐나봅니다. 자기 이름을 쓰고 있는 금붕어가 있었기 때문에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새 주인이 붙여준 이름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여기 눈 큰 친구는 왕눈이, 검은 점이 있는 이 친구는 점박이, 알록달록 예쁜 옷 입은 친구는 알록이. 서로 인사는

했겠지? 소개가 늦어서 미안해. 어제는 내가 깜박 잊었어."

조금 후, 성격 좋은 알록이는 달록이라고 바꾸어진 이름을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나영이와 가까운 곳에 가서 말을 했습니다.

"새 이름을 지어주어서 고마워. 뻐끔뻐끔."

"그래그래, 모두 사이좋게 지내야 해."

나영이가 있는 동안은 아무도 괴롭히지 않습니다. 나영이에게 모여들어 서로 잘 보이려고 파닥거립니다.

주황이도 나영이와 눈을 마주치려고 애쓰며 뻐끔거려 보았습니다. 그런데 점박이가 눈을 째려보아서 한쪽으로 비켜섰습니다.

나영이의 하얀 이를 보고 있는 것만 해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나영이가 다정하게 한 번 불러줄 때는 하늘을 나는 날치가 된

것 같습니다.

"주황아, 넌 눈이 참 착하게 보이는구나."

"나영이는 하얀 이가 너무 예뻐. 뻐끔뻐끔."

"우리 재미있게 지내자."

나영이는 금붕어가 말하는 것을 잘 알아듣는 것 같습니다. 주황이는 나영이가 무척 좋습니다. 배고픈 주황이의

심정을 아는지 밥을 넣어주었습니다. 나영이는 밥 먹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았습니다.

"맛있니?"

"정말 맛있어. 뻐끔뻐끔."

다른 금붕어들은 먹는 데에 정신이 팔려 있었지만 주황이는 대답을 했습니다.

서로 먼저 먹겠다고 밀치지 않아서 그것만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나영이는 한참 놀아주다가 숙제를 하러갔습니다.

<장성희씨 약력>

경남대 국어교육과 졸업

2001년 수필 ‘풍경’으로 등단(한맥문학)

2004년 동화 ‘친구’로 신인상 수상(오늘의 문학사)

한맥문학, 문학사상, 열린문학, 삶터문학 회원

    윤희정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