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효 근

해가 산에서 마악 솟을 무렵

구름 한 자락 살짝 가리는 것 보았다

깜깜한 방에 갑자기 불을 켤 때

엄마가 잠시 아이의 눈을 가렸다가 천천히 떼어주듯

잠에서 덜 깬 것들, 눈이 어린 것들

눈이 상할까봐

조금씩 조금씩 눈을 열어주는 구름 어머니의 따뜻한 손

그렇게는 또

내 눈을 살짝 가리는 구름처럼

이 슬픔은

어느 따스운 어머니의 손인가

참 따스하고 순수한 마음 한 자락을 본다. 어머니의 따뜻한 손처럼 슬픔도 우리 한 생에 얼마나 간절히 필요한 것인지 모른다. 어린 시절 아침 햇살에 조금씩 눈을 열어주던 구름어머니의 손처럼 슬픔도 거칠고 강렬한 세상살이에서 다치지 않도록 적절히 우리의 가슴을 힐링시켜주고 어루만져주는 소중한 것이라는 시인의 말에 깊이 따라가 보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