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건강 불청객 식중독 기승… 예방이 가장 중요
원인식품 섭취 후 수 시간~몇주 후에도 발병 가능해
냉장고 음식도 안심 못해… 48시간내 조리해야
과일·채소 반드시 씻고 냉·온 음식 분리해 보관

지난 일요일 새벽 식중독 증상으로 남구의 A병원 응급실에 간 기자는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다.

진통제를 맞으며 누워 있는데 야간당직으로 보이는 의사가 환자들을 한 명씩 살피며 건네는 질문이 하나같이 비슷했다.

“속은 좀 어때요? 괜찮아요? 아직 배 아픈가요?”

기자뿐만이 아니라 응급실에 누워 있는 환자 대부분이 비슷한 증상으로 힘겨운 밤을 보내고 있었다.

요즘과 같이 무더운 여름철은 바이러스, 세균, 기생충 등이 음식물에 쉽게 번식해 식중독이 발생하기 쉬운 계절임을 실감했다.

식중독에 걸리면 구토나 설사, 복통, 발열 증상이 나타난다. 기자도 수십 번 화장실을 드나들어야 했다. 원인 식품을 섭취한 후 수 시간에서 며칠 혹은 몇 주 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의 증상은 저절로 호전되며 대개는 염분과 당분이 함유된 수분 섭취, 소량의 저지방 식사, 휴식 등으로 회복된다.

하지만 심한 증상이 지속되거나 38℃ 이상의 발열, 수분섭취 불가능, 혈성 설사 등이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특히 구토나 설사로 탈수 우려가 있는 영유아 또는 어린이나 노인에게는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구토나 설사가 심해 물을 마시기조차 어렵다면 정맥 혈관을 통한 수액을 투여해야 한다. 설사를 멎게 하기 위한 지사제나 항생제는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식중독은 음식 섭취를 통해 유해한 미생물이나 독소가 인체에 침입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황색포도상구균, 바실루스 세레우스균, 웰치균 독소, 노로바이러스·엔테로바이러스·로타바이러스, 살모넬라, 이질, 캠필로박터, 비브리오, 예르시니아, 병원성 대장균과 같은 세균, 아메바와 같은 원충 감염뿐만 아니라 자연 독소나 화학물질 등 원인은 다양하다.

균이나 물질에 오염된 음식물이면 무엇이든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한데 원인을 예측하기 어렵고 전파 경로도 매우 다양해 예방이 쉽지 않다.

식중독이 발생한 환자의 원인균이 밝혀지는 경우도 5% 정도로 낮은 편이다. 독소에 의한 식중독은 음식을 끓여 먹어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유아나 임신부, 만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는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정 예방 조치를 통해 원인 식품을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함으로써 식중독 발생을 줄일 수는 있다.

식재료나 음식물을 구입할 때부터 보관, 조리, 섭취할 때 주의하면 된다. 우선 조리된 식품이 생식 식품 옆에 진열되어 있거나 포장에 흠집이나 구멍이 있는 경우, 뚜껑이 부풀어 오른 제품은 사지 않는 것이 좋다.

여름 식중독은 냉장고에 보관한 음식물도 안전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음식물을 냉장고에 넣기만 하면 무조건 안전하다고 믿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한낮 기온이 30℃를 웃도는 여름철에 냉장고에 보관한 음식물을 먹었다가 식중독에 걸린 경우가 많다.

냉장고를 맹신한 결과로 음식물 보관법을 실천하지 않으면 언제든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다.

육류와 가금류는 냉장 보관하고 48시간 이내 조리하지 않는다면 냉동 보관을 한다.

상하기 쉬운 음식들은 구입 후 1시간 이내에 냉장 보관해야 하며, 냉장고 온도는 냉장 0~4℃, 냉동 -18℃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보관할 때는 육류나 어패류의 즙이 다른 음식물에 닿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남은 음식은 2시간 이내로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되 먹기 전에는 74℃까지 가열해야 한다. 육류, 어패류, 달걀 등은 속까지 단단해지도록 충분한 온도로 익힌다.

과일과 채소는 전용 세제를 사용해 흐르는 물로 씻는다. 음식을 차릴 때에는 깨끗한 식기류를 사용하고 찬 음식과 더운 음식을 분리하며, 2시간 이상 상온에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생활수칙은 손 씻기다. 사람의 손을 통해 식중독이 전파될 수 있으므로 손을 잘 씻어야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 이근아 진료과장은 “반드시 비누 등 세정제를 사용해 손가락과 손등까지 30초 이상 깨끗이 씻고 흐르는 물로 헹궈야 한다”며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식물 위생 관리와 더불어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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