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택 수

병든 몸의 열기와 비린내를 벗고

이슬점까지 떨어진 물기들을 뭉쳐 둥근 경단을 빚는 것

구름 그림자가 스윽 몸을 스치기라도 하면

몸속의 물방울들이 먼저 알아듣고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뜬구름과 뜬구름이 엉켜 운모석(雲母石) 토양을 이루고 있는 과원

쿠르릉 기다리고 기다리던 구름의 출하가 시작되면

떨어져 으깨지는 방울방울이 내 노역을 향그럽게 하리라

그를 위해 내 쟁기는 지층 속의 구름을 파고들고

삽날을 물고 놓지 않은 구름 이랑 속에 씨앗을 뿌린다

시인 의식의 세계에 형성되는 욕망과 그 욕망의 움직임 혹은 소멸 같은 것을 말하는 이 시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 작품이다. 의식의 세계로 밀려드는 구름 같은 욕망들이지만 그러나 시인은 자신의 쟁기 같은 의지로 그것들을 제어하고 다스리는 일들을 끊임없이 행해 나가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