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4기 임시배치 지시가 `완전배치` 전 단계 조치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반대 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대통령에게 `전면적 사드 배치`를 건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사드 임시배치 이후 환경영향평가를 하면서 재검토해볼 수 있다는 뜻을 덧붙여 또다시 모호한 입장을 노출했다.

송 장관은 이 자리에서 “사드는 국가와 동맹국 안보에 필요해서 배치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4기 발사대 임시 배치 결정에 대해서도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임시배치의 뜻에 대해서는 “국민이 불안하다고 하면 재고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북한이) 레드라인을 너무 빨리 넘어서 (사드를) 임시로 배치해 놓고 환경영향평가를 하면서 다시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혀 흐릿한 뉘앙스를 남겼다.

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후 반대 단체들이 발끈하고 있다. 경북 성주 소성리 주민들과 성주·김천 투쟁위원회를 비롯한 반대 단체들은 어제 상경해 청와대 앞에서 `사드 추가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데 이어 국방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앞서 이들은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문재인정부 사드 추가배치 규탄집회`를 갖기도 했다.

이들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새 정부가 국민의 요구와는 상관없이 사드를 추가 배치하는 문제를 협의했다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고 기만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사드 장비를 기습 반입한 5월 9일 대통령 선거 이전의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게 없는 상황”이라면서 “사드 배치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다면 장비를 우선 철수하고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드 배치 반대단체들의 “사드 추가 배치가 북한 ICBM급 미사일 발사의 대응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은 사드가 유일하고 결정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차원에서 일리가 있다. 하지만 현존하는 북한의 위협이 `레드라인`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사드` 이외에 설득력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반대는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문제를 둘러싼 남남(南南) 갈등의 격화는 더더욱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드에 관한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모호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젠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용단을 보일 필요가 있다. 정부가 확신을 갖고 설득에 나서는 것이 정도(正道)다. “임시배치를 넘어 2~3개 포대의 사드 추가배치를 미국에 촉구해야 한다”는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의 목소리에는 북한의 하염없는 `핵 공갈`에 지친 민심이 투영돼 있다. 정부가 두루뭉술한 언질로 논란의 여지를 질질 흘려가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