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구·경북 섬유산업의 상징이었던 갑을이 대구지역 투자를 결정했다고 한다. 서울로 옮겨간 지 20여 년 만에 고향인 대구로의 귀향인 셈이다. 갑을의 귀향을 두고 지역사회의 관심도 많다. 1970~80년대 우리 지역 굴지의 기업이었던 갑을은 당시 섬유와 금속, 기계, 건설, 전자, 금융 등 많은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었다.

1955년 동국실업에서 시작해 1974년 설립한 갑을은 고 박재갑·박재을 형제 회장이 일으킨 향토기업이다. 1987년 현 갑을상사 그룹이 분리돼 대구를 떠났고 모기업인 갑을은 IMF 때 계열사가 부도를 맞으면서 사라졌다. 그러나 갑을상사 그룹은 동국화공, 갑을건설, 갑을의료재단, 갑을 오토텍 등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매출 2조 원대 그룹으로 재기한 것이다. 현재 박한상 갑을그룹 대표는 박재을 회장의 삼남이다.

그는 대구로 돌아오는 심정을 수구초심(首丘初心)으로 비유했다. 감회스러운 표현으로 보인다. 또 “대구에 많은 투자를 해 대구를 빛내고 싶다”고도 했다. 선친이 사업을 시작한 곳에 가업을 융성하게 할 수 있다면 그보다 자랑스런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구경제발전의 플랫폼이 될 것을 다짐도 했다. 그의 다짐은 선친의 기업 정신이 서린 고향에 대한 의지이기에 지역민들이 느끼는 감정도 다른 외지기업과는 다르다. 친근함과 함께 신뢰감 또한 높다.

갑을상사 그룹은 지난 28일 권영진 대구시장과 박 대표, 차순도 메디시티 대구협의회장과 함께 포괄적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투자협약에 따라 대구시와 갑을상사 그룹은 대구의 미래 주력산업인 의료, 전기 및 자율주행차, 환경, 물, 에너지 산업 등 전 분야에 걸쳐 적극적 투자를 하기로 했다. 또 갑을상사 그룹은 메디시티 대구협의회와 업무협약도 맺었다. 대구 병원의 해외진출과 의사연수 등에도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갑을이 우즈베키스탄에 폐기물 처리시설(쓰레기 소각장)과 백신, 주사기 제조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을 벌이면서 대구지역 기업과 함께 진출하기로 했다.

내년에 분권형 개헌이 이뤄지면 본격적인 지방정부시대가 열리게 된다. 지금보다는 훨씬 강력한 지방정부의 등장으로 도시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 뻔하다. 경제적으로 우위를 확보는 도시는 잘사는 지역으로 남는다. 단체장의 역량에 따라 도시의 명암이 엇갈릴지도 모른다.

문 대통령은 국가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기둥으로 국방과 경제를 꼽은 바 있다. 지방 도시도 이젠 도시가 가진 경제적 능력에 따라 도시의 경쟁력이 평가받는 시절이 온다. 그런 점에서 향토기업 갑을의 대구투자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우리 지역 산업의 근본을 튼튼케 하는 투자가 될 것으로 본다. 갑을그룹의 이번 귀향 투자가 옛 명성을 되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대구시도 갑을의 귀향에 대해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통해 향토기업의 고향 복귀의 좋은 선례가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