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경 원

단순한 사랑에 대해 생각하다가

감기에 걸렸습니다

단순한 사랑에 대해 생각하다가

호두나무 울타리 속의 그대를 떠올렸습니다

가을이 되면 모과향으로 변하는 그대의 미소

며칠 동안의 기침이 노을로 바뀌자

나는 붉은 이마를 식히기 위해

거리의 저녁들을 마구 쏘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시인이 말하는 단순한 사랑은 무얼까. 문자가 품고 있는 의미처럼 그저 복잡하지 않는 단순한 사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랑 바깥의 많은 조건들이나 경우들을 배제한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 사랑은 그리 화려하지도 시끌벅적하지도 않다. 가만히 그대를 떠올리고 감기에 들기도 하고 가슴을 붉게 달아오르게 하고 거리의 저녁을 마구 쏘다니게 하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