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의 작심발언으로 시작된 `증세`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증세`는 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만큼 기피대상이었다. `증세` 이슈가 일단 정치권 전반에서 활발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정책이 정치적 셈법 안에 갇히기 시작하면 희망이 없다. 정부의 예산운용을 과감하게 절감하면서 `보편적 증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나가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을 우려한 나머지 “증세 대상은 임기 내내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은 곧바로 종래의 `부자증세` 주창으로 이해되면서 논쟁을 증폭시켰다. 정부·여당의 제안에 담긴 `핀셋 증세`는 연 2조9천300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밖에 없기 때문에 연 35조6천억원이라는 소요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부자증세`는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영국은 법인세율을 2020년까지 17%로 낮추기로 했고, 일본도 23%로 낮춘 세율을 더 내리기로 했다. 프랑스 마크롱정부도 강력한 법인세 인하를 추진 중이다. 그 나라들은 왜 그렇게 하는지, 우리는 왜 거꾸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법인세율을 3%포인트 올리면 경제활력 감소로 세수가 되레 2조원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이 법인세를 35%에서 15%로 낮추는 상황과 맞물려 우리나라는 2026년까지 연평균 국내총생산(GDP)은 5.4%, 투자는 14.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감소하는 일자리는 무려 연간 38만2천개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본`에는 애국심이 없다. 기업 해외탈출(엑소더스) 현상이 나타날 우려도 있다.

`부자증세`를 외치기 전에 방만한 공약 구조조정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공무원을 늘려가면서 증세를 하자는 것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씀씀이를 줄이면서 국민들을 위한 보편적 복지의 범위를 넓혀 “좀 더 많이 내면 국가가 모두 책임진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순리다. 표심이탈이 두려워 어림 턱도 없는 `부자증세`만을 외쳐온 진보진영의 `보편적 복지` 이론의 모순을 과감히 수정할 때가 왔다.

`증세`는 합리적이고 신중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신기루다. 실세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높여 재정 당국을 압박하는 방법으로는 끝내 불가능한 목표다. 국민들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민생을 보장해주는 이상적인 국가를 원한다. 그 순박한 소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당국의 정직한 정책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신뢰받지 못하는 정부의 결정에 국민들은 결코 승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