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선언 후 원전이 있는 경북 동해안지역 주민 상당수가 상실감에 빠졌다. 신규 원전건설 중단 등 탈원전 정책이 미칠 경제적 타격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 등이 원인이다. 울진과 영덕, 경주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갑작스레 결정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긴장할 수 밖에 없다. 국내 원전의 절반이 몰려있는 경북 동해안은 애초부터 원전건립을 희망한 것도 아니지만 이처럼 갑자기 원전건립이 중단되는 것도 원한바 없어 황당한 분위기라 할 수 있다. 특히 신한울 3, 4호기와 천지 1, 2호기 건설이 백지화된 울진과 영덕지역은 경제적 측면에서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신한울 3, 4호기와 천지 1, 2호기 건설계획이 백지화될 경우 연간 세수 감소 404억원, 일자리 감소 620만명, 법정지원금과 원전 건설에 따른 경제적 효과 등 모두 수조원의 기대수익이 감소된다는 것.

경북도도 이에 따라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발맞춰 원전대신 신재생 에너지 쪽으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다. 또 원전 중단에 따른 대체효과로 원자력해체기술 연구센터, 국립지진방재연구원 등의 지역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지역민의 상실감을 달래 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보는 정부의 몫이다. 지역단위의 노력으로 정책 전환에 대한 국민적 혼란감을 조정하기는 한계가 있다.

지난주 말 문 대통령은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한 문제는 공론조사를 거쳐 가부결정이 나오면 받아들여져야 하며 앞으로도 사회적 갈등 해결의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공약이지만 밀어붙이지 않고 합리적 선택을 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공론화에 대한 공정성이 문제다. 신고리 5, 6호기 일시중단을 결정한 한수원 이사회의 전격적 통과 과정을 자체적 결정이라 믿는 사람은 없다. 국가 에너지정책을 바꾸는 과정에 국무회의 석상에서 조차 제대로 논의를 못한다면 민주적이라 할 수 없다.

결론을 내려놓은 주제를 공론화 시킨다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 된다. 올 9월 발행 예정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우편 발행 사업도 우습게 중단됐다. 작년 5월 결정한 내용이 정부가 바뀌면서 재심의 과정을 거쳐 취소된 것이다. 우정사업본부의 독자적인 결정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신고리 원전 5, 6호기 중단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정부의 결정이 말 그대로 `합리적 선택`이 되고 `사회적 갈등 해결의 모델`이 되려면 공론화 과정이 민주적이고 개방적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도출된 결과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공감대를 넓힐 수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