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기 일

내 전생(前生)은

공룡이었을까

독수리이었을까

아니다 아니다

한 방울 빗물이었거나

한 알 모래이었으리

지렁이로 마음 바꿔 살면서

자취 없이 이승을 지우고

흙먼지로 환생하리라

한 생을 살아오면서 가끔은 내 근본에 대한 그리움이랄까,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전생에 나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물음을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시인은 겸허한 마음으로 한 알 모래였을 것이라 생각하고 무욕의 정신을 가다듬고 후생에도 미미한 흙먼지로 되살아나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얼마나 겸허한 마음인가. 비우고 또 비워내고자 하는 무욕의 시인 정신을 본다.

<시인>